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사람과 현장이 있다 | 사람이 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을 벌이지?’

학교가 재미있는 박 찬수 교사 이야기

인터뷰 : 정지은 / 전주교대 강사, ’18.3月

현 치악초등학교 교사/ 2017 진부초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외교사업’ 선정/ 2015년부터 3년 동안 프랑스 브루 쥘베른 초등학교와 공연문화교류, APEC 국제 교육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해 태국 치트랄라다 왕립학교 방문,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베이징 공연/ 강원도 ‘청소년 활동 우수사례 선정’, 여성가족부장관상, 2011년 ‘대한민국 창의체험페스티벌’ 장려상과 교과부 주최 ‘방과후 학교 대상 우수 교사상’수상/ ‘뮤지컬 씨, 학교는 처음이시죠?’ 출판, La nouvelle aventure de Jules; La plus passionnant des devoirs maisons 출판

놀이를 즐기는 사람과 놀이판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만드는 사람은 늘 놀이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재미있어야 할 텐데. 좋아해야 할 텐데.’ 그래서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데 예민해 진다.

박찬수 교사. 그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면서도 재미가 시들해질 즈음이면 다른 놀이를 꺼내 놓곤 했다. 그래야만 친구들과 계속해서 놀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놀이를 하면서도 늘 다른 놀이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만큼 놀이와 놀이판을 좋아했고 친구들과 헤어지지 싫어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2002년 실크로드를 동경하며 티베트에서 첫 인생여행을 시작한다. 그 후 2004년 교사가 되었고 2018년 겨울 쿠바에 가면서 100개국의 여행을 하게 된다. 싼 비행기 표만 나오면 일단 사놓고 떠났다고 했다. 여행에 대해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생각하게 되요. 지난 일, 앞으로 다가올 일. 어떤 계획들. 반성과 성찰까지 일어나는데 그것이 다른 풍광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주어지지 않았던 생각을 정리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도 떠오르고, 목적도 다시 생기게 되죠.”

여행은 그의 직업상 특징인 삶이 녹아든 문화예술교육과 교류한다. 그의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는 교육 뮤지컬이다. 교사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며 그것이 자신의 독특한 콘텐츠가 되는 일은 아주 즐겁고 특별한 일이다. 그는 고교와 대학시절 연극동아리 출신이며, 단국대 대학원에서 뮤지컬을 공부한다. 배우와 연출들이 그득한 대학원에서 그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현직교사로서 뮤지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왔다며 교육과 뮤지컬의 교류안을 제시하고 합격한다. 가히 교류의 달인이다.

그는 학교 현장에서 ‘방과 후 뮤지컬동아리’를 만남과 교류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뮤지컬 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아이들의 동기부여와 책임감과 몰입을 지켜볼 수 있는 그리고 결과물에서 공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교육 현장임을 주창한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소통의 능력과 협업의 기능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교류의 눈으로 작품의 완성도 보다는 ‘할 수 있을 만큼만’ 이라는 여유로 빈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을 어린이들이 스스로 채우도록 한다. 그는 관계를 망쳐 서로 상처를 받는 것 보다는 부족한 듯하지만, 내가 이루어내고 우리가 협업해서 공연이라는 한 공간과 시간에 존재한 현상을 만끽하는 관계의 즐거움에 더 높은 가치를 갖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친구를 잡아 두었던 그의 기획 능력은 교사가 되어서도 뮤지컬이라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어린 학생들을 집중시키고 판을 벌여 아이들을 주체적 존재자로 성장시킨다. 늘 새로운 도전과 목표가 필요했던 그는 여행에서 얻었던 생각의 힘으로 아이들을 국제 교류의 여정으로 이끈다.
방과 후 뮤지컬동아리 학생들과 국제교류를 하면서 프랑스 학교로 가는 준비부터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 까지 개인을 믿고 일임하여, 학생들의 자발적 배움의 역량을 끌어내었다. 한 달여의 연습기간 아이들은 프랑스로 가기 위해 더 열심히 했고, 오히려 선생님들이 부족하다고 안달복달하는 아이들을 달래야 했단다. 물론 부모님들의 걱정도 많았겠지만 그는 아이들을 안심시키고 믿었으며, 서로를 의지하고 돕게 했다.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에 대해 긴 호흡을 가졌다. 같이 하는 것에 더 최선을 다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최선은 기능적으로 훌륭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이다.
교육 뮤지컬에서 무엇을 보게 되느냐 물었더니 역시나 그는 아이들을 통해 공동체를 배우게 된다고 했다. 매체특성이기도 하거니와 어린 시절 사람을 즐겁게 하여 잡아두고 어우러져서 공동체를 지향했던 것처럼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시키면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교류의 마인드로 무장된 것 같아 보인다.

“너희는 프로가 아니잖아. 즐겁고 재미있게 하면 안 될까? 뭐가 걱정이니? 선생님이 보기에는 그 정도면 잘하는 것 같은데? 마음에 안 든다고? 난 괜찮은데, 그러면 네가 어떻게 해보렴. 아 음향 말이야, 할 게 많지? 익숙하게 해야겠네. 실수하면 공연이 조금 망가지는 것뿐이지 별 거 있겠니? 의상은 대강 이런 것이면 좋을 텐데 더 의견이 있으면 해봐라. 미녀와 야수가 프랑스 동화라고? 너희들 대단한 것들을 조사했구나. 그럼 세 부분으로 나누어 대사를 써와 보렴. we are the world 노래를 다 외워오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고? 어떻게 해 나갈지 한번 이야기 해보자”
공연을 위한 작업은 성실한 협업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모자란 부분들을 서로 돕는 것이다. 경쟁도 아니고 최고 속도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도 아니다. 삶의 모습이다. 그는 이 작업에서 민주적 의사소통, 문제해결력, 공동체의식, 역할분담, 책임감 등의 성장을 본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아이들을 믿어 줄수록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고, 성실하게 마음을 내놓았으며 놀랄 만큼 열심히 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부족하니 더 주어야 한다고만 생각 했을까. 주기에만 급급한 덕에 오히려 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렇게 프랑스를 세 번, 베이징과 여러 곳을 방문하게 된다.
프랑스 학교의 아이들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교환수업을 하였고, 우리 아이들은 프랑스 동화를 프랑스 학생은 한국 동화를 서로 익숙하지 않은 영어뮤지컬로 선보이며(프랑스는 영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전 학년과 스킨십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은 낯선 문화의 어린이들과 그들을 키워낸 자연과 학교라는 문화의 체계와 감각적으로 만났을 것이다. 같이 요리를 하고, 종이접기를 하며 공연을 나누고,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들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낯선 집에서 자며, 집을 그리워하며, 그들은 서로를 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웠을 것이다. 아이들의 공연으로 발화된 타지에서의 경험은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동시에 자신의 자존감도 자라게 한다. 그 성장의 마음은 타인에 대한 경이로움에서 타인과 나를 존중하는 그리고 같이하는 공동체의 끈끈한 경험으로 축적된다. 프랑스 학교에서 같이 불렀다던 ‘we are the world’의 노래처럼.

어린 시절 새로운 놀이를 기획했다던 박교사는, 여행을 즐기면서 사색하는 박교사는, 아이들의 소통을 위해 뮤지컬이라는 예술매체를 도구로 삼았던 박교사는, 강원도에서 교사연구회도 만들어 늘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박교사는 이제 교육콘텐츠의 세계 교류라는 확신으로 이동한다. 문화와 교육을 아우르는 ‘사람중심 삶의 판’이 펼쳐지는 여정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한국의 협동수업 등 교육 콘텐츠의 교류를 준비하고 있으며 프랑스판 한국의 전통놀이 소개와 학교에서의 교육뮤지컬 입문서를 출판 했고,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마을과 지역과 소통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구상중이다. 원주 한지박물관에서는 벌써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문화예술교육 교류가 마을과 지역을 이어나가면서 아이들이 다양한 어른을 만나게 되고, 그 경험으로 잘 자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정주하지 않는 노마드 교사이다. 노마드는 들뢰즈에 의해 철학적 의미를 부여받은 말로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앎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이르는 말이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은 답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교육은? 그는 교육도 답이 없어야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을까요? 라고 반문한다. 답이 없어서 좋기에 우리는 함께 한다. 답이 없기에 교류한다. 여러 답이 있어도 좋고 아직 답이 없어도 좋다. 우리는 함께 간다. 정주하지 않고 늘 새롭게 자신의 앎을 가꾸어 나간다.

그와 교사연구회가 문화예술교육의 교류로 학교 밖으로 나와 그와 같이 성장할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나날들을 그리면 행복해 진다. 이 넓고 깊은 교류를 환영하며 우리가 주목하고 잘 지켜주어야 할 학교 교육의 주요한 테마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