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생각과 마음을 잇다 생각을 잇다

[틈새] 웹진‘잇다’14호 리뷰 - 잘 살고 있나요?

최지훈/ 베짱이 농부 대표,′19.12月

남들은 한창 바쁘게 일하고 돈 벌 나이에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고

삶의 방식이 다를 뿐 결코 틀린 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남들은 한창 바쁘게 일하고 돈 벌 나이에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고 삶의 방식이 다를 뿐 결코 틀린 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도시에서 바삐 지내다가 고향인 평창으로 돌아왔을 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했었다. 아는 사람은 없고, 무료하기도 하고,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보이지 않았다. 한창 바쁘게 일해야 하는 시기에 시골로 돌아온 청년에게 보내는 시선에는 항상 걱정이 묻어있었다. 주변에선 못 보던 총각 하나가 있으니 호기심 어리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오지만, 공통적인 한마디는 ‘시골에서 뭐하려고 하느냐?’ 였다. 처음엔 순진하게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이내 혀를 차며 이곳에선 어려우니 어서 떠나라는 말뿐이었다. 기껏 고향에 돌아왔더니 응원은커녕 다 안 된다는 말과 다시 나가라는 말만 들으니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하지만 칼을 뽑은 이상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는가. 큰맘 먹고 돌아온 고향을 다시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자발적 백수가 되기로 했다. 틈틈이 집안의 농사일을 돕고 남는 시간엔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사귀었다. 이따금 심부름도 하고, 겨울엔 바쁜 일이 없어서 아저씨들을 따라 산에 다닌 적도 있다. 그러면서 취미로 도서관에서 열리는 기타 강좌에 참여하기도 하고, 커피에 꽂혀서 배우러 다니기도 했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니 이곳이 아니면 언제 할까 싶어서 스키도 배우러 다녔다. 그렇게 알음알음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 보니 내 발도 점점 넓어지고 아는 곳도 많아져서 가끔은 놀러 온 지인들을 안내하며 가이드 일도 했다. 그때의 시간들이 나름 즐겁고 필요했었다고 느끼는데, 가까운 사람들은(반 백수를 지켜보고 있자니 속이 새카맣게 탔을 터이니)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차곡차곡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고 있던 중, 동네 청년들과 작은 이벤트를 열 기회가 생겼다. 다른 사람이 만든 이벤트에 참여만 해봤지 내가 직접 열어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즐거운 만큼 고생스러웠다. 그때야 순진해서 한다고 하면 쉽게 될 줄만 알았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을 거쳐야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어찌 됐든 그게 계기가 되어 지금은 지역에서 문화, 예술, 관광까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일이 하나 둘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창업까지 하게 됐는데, 별명이었던 베짱이와, 농사짓고 있으니 농부를 붙여서 ‘베짱이농부’라고 정했다. 나름 해석하자면 베짱이는 내가 만드는 즐거움을 뜻하고 농부는 내 정체성을 뜻한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파머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항상 새로운 일들을 만들고 배워 나간다. 그러면서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은 “뭐든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일단 부딪쳐 보곤 한다.

그런 나에게 지난 호(14호) 웹진‘잇다’의 ‘잘 쉬고, 잘 노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여정은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애초에 내가 하는 일 역시 사람들의 삶 속 즐거움을 위한 고민을 항상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나 역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잘 쉴 것인가,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놀 것인가, 그런 식의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 일과 삶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남들은 한창 바쁘게 일하고 돈 벌 나이에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지만(내 별명이 베짱이 아니던가!),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고, 삶의 방식이 다를 뿐 결코 틀린 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지난 호에서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놀고 쉬며 즐거움을 찾는지에 대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 나는 아이들하고 결코 저렇게 놀아 주지는 못 할 것 같은데, 왠지 저 축제에는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이 있을 것 같고, 가까운 옆 동네에서는 저런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니 새삼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읽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내용도 많았지만 나는 좀 더 가깝고 깊숙한 이야기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잇다’의 내용들은 호기심을 생기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가는 게 나에겐 큰 즐거움인 것 같다. 이렇게 기억해 놨으니 기회가 되면 만나서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결국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도, 잘 쉬고 먹고 노는 것도, 다 잘 살고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마치려고 한다.

"지금 잘 살고 있나요? 저는 그러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