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사람과 현장이 이곳에 있다 사람이 있다

놀이는 삶의 밑천입니다

구 지 원/ 작가,′19.10月 인터뷰이 : 고 무 신(조재경)/ 고무신학교 대표

놀이는 힘이 세요. 얼마나 힘이 세냐고요?

누워있던 아이를 엎드리게 하고, 기는 아이를 걷게 해요.

걷던 아이가 뛰고, 뛰던 아이를 날아다니게 해요.

놀이는 힘이 세요. 얼마나 힘이 세냐고요? 누워있던 아이를 엎드리게 하고, 기는 아이를 걷게 해요. 걷던 아이가 뛰고, 뛰던 아이를 날아다니게 해요.

몇 년 전에 고무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눈밭에서 아이들을 무등 태우고 있었지요. 그때 깜짝 놀랐어요. 몇 시간을 뛰어놀고도 더 놀자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었거든요. 놀이를 끝내고 싶지 않는 아이들의 간절함을 봤어요. 많은 아이들이 언제 고무신을 또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서윤이 엄마는 서윤이가 “고무신”하고 잠꼬대까지 한다고 말해줬어요. 고무신이랑 놀면 아이들이 왜 더 신날까요? 놀이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많은데 고무신이랑 놀면 왜 더 재밌죠?
잘 노는 사람 고무신을 만났습니다. 아이들 곁에 있으면 신통방통해지는 고무신. 고무신에게 놀이는 무엇인지 천천히 묻고 깊은 답을 청했습니다.

구지원 쌓여있는 나무토막을 본 준호는 비행기를 만들고 싶대요. 고무신에게 가서 나무토막을 연결해 달라고 합니다. ‘나무토막을 어떻게 연결해?’ 고무신의 질문에 준호는 당황한 눈치였어요. 연결해달라고 하면 고무신이 알아서 다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고무신의 물음에 준호가 곰곰이 생각합니다. 고무신 앞에 놓여있는 나사못을 본 준호는 각각의 나무토막에 구멍을 뚫고 나사못으로 연결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고무신이 나사못으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할 수 없는 까닭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보여줍니다. 준호는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준호는 팽이를 발견했어요. 팽이에 꽂혀있는 가느다란 나무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요. 그제야 고무신은 준호의 나무토막에 구멍을 뚫어주고, 나무망치로 준호가 직접 나무를 연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준호가 뿌듯해하는 표정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고무신은 왜 그렇게 했나요?

고무신 지금을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 부르죠. 이 시대의 특성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기반인터넷을 이야기해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요. 실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줘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뭘까요? 저는 ‘실패’라고 생각해요. 실패를 통한 배움이지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말할 수도 있겠으나, 실패를 통해 상상치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놀이와 예술, 심지어 수학과 과학에서도 ‘실패를 통한 우연의 발견’은 중요한 것이지요. 실패라는 단어가 너무 크게 마음을 빼앗아간다면 ‘다시’ 또는 ‘처음부터’라는 단어로 바꾸어도 좋겠어요.
준호가 궁리하고 또 궁리해서 제게 왔을 때는 자기 방식의 최대한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준호가 내어 놓은 방법은 자기가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없는 방법이었죠. 준호에게 반복해서 ‘다시’를 주문했던 것은 ‘앎을 자기 것으로 가져가기’를 바랬기 때문이에요. 몸을 움직여서 하는 활동은 마음과 생각까지 거기에 머무르게 해요. 한 번, 두 번, 세 번, 고쳐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서 마침내 자기 것을 만들었을 때 그것이 진짜 준호의 것이 되는 거죠. 저의 역할은 그 과정을 촘촘히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고요.

문화예술교육이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후 준호의 생각하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 번의 ‘낯설고’ ‘어지럽고’ ‘이상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사실 현장에서 아이들의 활동을 돕는 어른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해져요. 다른 아이들이 준호 뒤에서 빨리 하라고 재촉하거든요. 제가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지요. 어른도 아이도 견딜 겨를이 필요해요. 준호는 자기가 꼭 ‘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포기 하지 않았고 과정을 충분히 즐겼어요. 과정 하나하나의 즐김은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를 덤으로 가져와요. 제가 운영하는 고무신학교도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구지원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나 선생님 아니야. 난 고무신이야.” 하시던데. 처음에 아이들은 이상한 어른인 고무신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금방 친구처럼 대하는 걸 여러 번 봤어요. 고무신이라는 독특한 이름에 어떤 마법이 걸려 있기에 아이들이 고무신, 고무신 하는지 궁금해요. 고무신 학교는 어떤 곳이며,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도 말씀해 주세요.

고무신 고무신학교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놀이터가 되고 싶어요. 신나게 놀고, 편안하게 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요. 각자의 생각이 무한하게 뻗어나가고, 하나의 이야기가 수십 수만 가지로 바뀌기도 하지요. 종종 고무신학교가 대안학교인지 물어보시는데, 대안학교는 아니에요.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찾아오는 에너지 충전소 같은 곳이지요.
고무신학교는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오는 곳이에요. 쓸모없음의 쓸모를 찾는 ‘막놀이터’, 하루 종일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삶의 학교’, 역사유적지를 여행하는 ‘우리 땅 풍경 산책’ 등을 운영해요. 여름과 겨울에는 집을 떠나 자연에서 함께 어울리는 ‘산골모둠살이’가 3박 4일 동안 열려요. 7~8세에 고무신학교에 와서 고등학교에 가기 전까지 활동이 이어지지요.

저를 고무신이라 불러 달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 경험과 연결 되어 있어요. 어린 시절 고무신신고 등교하고, 고무신으로 물고기 잡고, 오디 따 모으고, 다슬기 잡아넣고, 트럭도 만들고 택시도 만들었어요. 고무신 하나로 온 종일 놀았어요. 다 떨어진 고무신은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불쏘시개로 사용했지요.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고무신처럼 쓰임을 당하고 싶은 마음이 이름에 배어있어요.

구지원 아이들이 알고 있는 놀이를 자유롭게 글로 쓰면, 실팽이를 하나씩 주는 ‘놀이 삽니다.’활동이 생생해요. 아는 놀이를 적는 아이도 있었지만,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는 아이들도 많이 봤어요. 고무신도 비막대(rain stick), 나무토막실도장, 자석을 활용한 꼼지락 놀잇감, 최근에는 아슬다리까지 항상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시도하시잖아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또 어떤 새로운 놀이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고무신 아이들을 만나고, 문화예술교육을 접하면서 ‘아이들에 자기 삶의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생겼어요. 그 고민이 놀잇감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지요. 그림책을 읽다가 놀잇감을 개발하기도 하고, 철물점, 공구상, 재료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료로 놀잇감을 만들기도 했어요. 저의 경험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놀잇감을 궁리했지요.


실팽이 만드는 방법을 예로 들어 볼까요?, 가장 간단한 작업은 구멍 뚫어 준비된 나무도막에 색칠하고 구멍 꿰기예요. 다음 단계는 나무토막 사포질하기, 그 다음 단계는 톱질해서 실팽이 나무 디스크 만들기예요. 드릴로 구멍 뚫기, 실 꿰기 등 참여하는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할 거리를 제안해요. 어떤 때는 아이들과 톱을 들고 직접 산을 오르기도 해요. 아이들의 에너지와 노동력을 놀잇감에 투여할 수 있는 과정들을 만들어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해보았으면 하는 것을 과정으로 남겨두지요. 과정을 계획하고 기획하는 일, 그런 부분에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얼마 전, 나무를 가만히 들여다 본 은송이는 나무모양에서 돼지얼굴을 찾았어요. 돼지 얼굴을 그린 후, 다양한 나무토막을 연결하여 몸통과 다리를 붙였어요. 페트병과 풍선을 이용하여 풍선탄도 만들었어요. 풍선이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니 은송이가 까르르 웃었어요. 은송이는 이 놀이 이름을 ‘돼지과녁’과 ‘풍선탄’이라고 붙였어요. 다른 친구들을 위해 놀잇감 만드는 방법을 상세하게 기록하기도 했지요. 아이들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에게 배우고, 많이 성장하게 되어요.
내년부터는 철가방놀이터를 시작해보려고 해요. 공원이나 도서관 마당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으로 나가려고요. 음식배달통에 놀잇감을 차곡차곡 챙겨 다니면서 “놀이시키신 분”, “공깃돌 곱빼기”, “실팽이 10개 왔습니다.”라고 소리치고 싶어요. 아이들과 함께 놀려고요. 중국집에서 중고 배달통도 3개나 구해뒀어요.

구지원 어른과 아이가 함께 놀 때, 고무신은 어른이 아이들을 바라보거나,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른도 아이와 동등하게 놀도록 하시죠? 처음에 쭈뼛쭈뼛하던 어른들이 어느새 아이처럼 아니 어떤 때는 아이보다 더 신나게 노는 모습을 봤어요. 놀이판에서 어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고무신 놀아야 해요. 어른들이 먼저 대놓고 소리 지르면서 놀아야 해요. 놀이와 관련해서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보여주는 것’이에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거죠. 어른들끼리 자주 모여서 노는 것. 그래서 노는 소리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중요해요. 어렸을 때 놀이는 늘 놀이 선배들에게 배웠잖아요.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는 동안 아이들도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 내요.

구지원 시간이 갈수록 놀이가 아이들의 일상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어요. 잘 놀고, 잘 쉰다는 것은 어떤 거예요?

고무신 ‘노는 것’은 끊임없이 내 속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거예요. 달팽이놀이를 하며 어지러움을 느끼고, 줄넘기를 하며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고, 비석치기를 하면서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위와 아래의 몸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팔다리를 움직이고, 땅을 파고, 땀을 내고 몰입하는 동안 몸속에 뜨거운 바람이 몸 밖으로 나가요. 몸 안에 새로운 기운이 채워지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놀이예요.

‘쉬는 건’ 에너지가 내 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예요. 아이들은 미친 듯이 놀고, 퍽! 스러져요. 누워서 자도 되고, 가만히 눈감고 있어도 되고. 그 때 아이들은 쏟아낸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요. 그리곤 또 일어나서 미친 듯이 뛰어 놀아요. 잘 놀고, 잘 쉬는 것은 나를 온전하게 해 주는 거예요.

구지원 고무신이 생각하는 놀이는 뭐예요?

고무신 놀이는 힘이 세요. 얼마나 힘이 세냐고요? 누워있던 아이를 엎드리게 하고, 기는 아이를 걷게 해요. 걷던 아이가 뛰고, 뛰던 아이를 날아다니게 해요. 누워있던 아이를 날게 할 만큼 놀이는 힘이 세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쏟아내게 하는 것이 놀이예요. 놀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하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혜를 고스란히 전달해 줘요.

놀이는 이어주는 거예요. 공간과 시간을 이어주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고, 어른과 아이를 이어줘요. 그리고 놀이는 나와 나를 이어주죠. 놀이는 자신을 만나는 몸의 움직임이에요. 놀다보면 하고 싶어지고, 하고 싶으면, 즐거움과 재미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몸 씀과 마음 씀’을 통해 삶의 생존 기술을 익히게 되는 거예요.

놀이는 즐거움이에요. 변화무쌍해야 놀이가 제대로 놀이다워질 수 있어요. 고정되고 규격화된 틀에서도 아이들은 잘 놀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더 재미있게 놀아요. 아무것도 없는 곳, 그곳에서의 놀이는 오롯이 자기가 주인공이 되지요. 어른들도 무한한 자기를 펼쳐낼 수 있어야 그것을 진짜놀이라 할 수 있어요. 진짜 놀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가짜놀이가 많기 때문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가짜놀이는 해야 하는 놀이, 시키는 놀이, 의무감으로 놀아야 하는 놀이입니다. 진짜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그 속에서 재미를 찾는 거예요.

구지원 고무신은 언제까지 이렇게 놀 거예요?

고무신 죽을 때까지요. 아이들이 날 봐줄 때까지요. 아이들이 날 싫다고 하는 순간 저의 놀이력이 다 하는 것이겠지요. 피노키오에 나오는 제페토 할아버지가 되어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오래된 마을에 있었던 전파사 주인처럼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들의 말 친구가 될래요. 그전에는 전국을 떠돌며 많은 아이들을 만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