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생각과 마음을 잇다 마음을 잇다

여가에 대한 고찰: 한 번만 더 놀아보자꾸나!

좌장: 유 민 하/ 강원문화재단 문화접근성팀 패널리스트: 김 승 호/ 예술놀이‘打’ 대표 최 윤 정/ 예술놀이‘打’ 박 슬 기/ 음악공장 대표 엄 진 희/ 음악공장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서 찾아내서

본인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놀이가 아닐까 해요.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서 찾아내서 본인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놀이가 아닐까 해요.

좌장: 유민하/ 강원문화재단 문화접근성팀
패널리스트: 김승호/ 예술놀이‘打’ 대표
최윤정/ 예술놀이‘打’
박슬기/ 음악공장 대표
엄진희/ 음악공장

여가(餘暇)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남을 餘(여) 겨를 暇(가)로, 말 그대로 남는 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고 남는 틈인 것일까? 여가에 대한 내 탐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어로 여가를 찾아보니 Freetime 이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시간! 이 자유는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인걸까? 고민하다가 나와 주변사람들에게 대입해보니 우리의 여가는 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을 마치고 남은시간 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의 삶은 대부분 노동 중심적이다. 철저하게 호모에코노미쿠스에 의하여 나누어지는 삭막하고 계산된 삶이다.

나는 그의 반대되는 개념인 호모루덴스의 입장에서 여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일하고 남아서 때우는 시간이 아닌 놀이가 중심이 되는 시간 말이다.인간과 놀이는 떨어질 수 없다. 그 안에서 순수한 즐거움을 찾아 기쁨을 느낄 때, 한층 더 본성에 가까워진다. 본성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한없는 자유로움을 뜻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놀이는 그 순수함을 존중받지 못하고 부가적인 의미를 부여받는다.

현대사회에서 게임으로서, 학습으로서의 의미를 품은 놀이는 그저 단순한 활동을 설명하는 단어일 뿐이다. 그렇다면 여가를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인 ‘놀이’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2012년 학교의 주 5일제가 시행되며 등장한 사업이다. 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담당자로서 사업의 목표중 하나인 ‘또래와 가족 간에 소통할 수 있는 건강한 여가문화를 조성해 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우리는 이 목표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가고 있을까?

교육에서의 놀이와 그것이 가지는 순수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2019년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운영단체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민하 반갑습니다. 2019년도 강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담당자 유민하입니다. 우선 이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되서 반갑고 기쁘네요. 오늘 좌담은 어린시적 각자가 하고 놀았던 놀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고 싶어요. 저는 어릴 때 밖에 나가면 놀이터에서 그네타고, 시소타고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집에 컴퓨터가 생겨서 그 후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곤 했었는데요. 그때부턴 야외에서 놀 기회가 점차 줄어들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들은 어떻게 놀며 유년시절을 보내셨나요?

김승호 저희 지역에서는 ‘나이 먹기’라는 놀이를 했는데요. 네다섯 명씩 편을 가르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한 살씩 나이를 먹는 거에요. 게임을 하다보면 한 팀에 5~10살짜리들이 3~4명 모이게 되니까 다 더하면 그 팀은 15살도 되는거죠.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을 터치하게 되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룰도 있어요. 약육강식의 느낌? 그런 걸 처음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그 놀이를 하면서 스스로 규칙을 더 만들고 그랬어요. 예를 들면 바운더리(영역)를 만드는 거죠. 그 공간을 벗어나면 나이가 깎이기도 하고.어른들 눈엔 그저 애들 술래잡기처럼 보였겠지만, 나름의 체계와 룰이 존재하는 작은 세계였죠.

엄진희 저는 고무줄놀이, 뼈다귀 놀이를 했었어요. 땅에 뼈다귀모양을 크게 그리면 양 끝은 안전지대이고 가운데 길을 통해 뛰어다니는 놀이에요. 술래가 된 팀은 뼈다귀 밖에 서서 가운데 길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그려진 선 밖으로 잡아당겨서 아웃시키는 그런 놀이에요.

박슬기 저는 친구네 집에 가서 놀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냥 친구네 집에서 수다 떨고, 맛있는 거 해먹고 그러다가 혼나고.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가스레인지를 썼으니까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근처에도 못 가게 하시잖아요. 그릇도 많이 깨먹고... 그랬던 기억이 가장 남아요. 친구들이랑 집에서 누워있고, 뒹굴 거리고, 그러다가 숙제 못해서 다음 날 혼나고, 집에 늦게까지 오지 않으면 어머니가 찾으러 다니셨죠. 그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던 시기니까요.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흙 만지고 노는 것도 놀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별거 아니었던 그런 일들이 가장 즐거웠던 놀이로 기억되네요. 좀 더 컸을 때는 하드보드지로 필통을 만들었던 기억도 있어요.

최윤정 저는 오빠들이랑 함께 자라서 오빠들 감수성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방금 말씀하신 저런 놀이를 했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지붕 위에서 분무기로 물총 쏘기하고, 강가에 가서 비밀기지 짓고, 주변에 공사를 하면 그 곳이 다 놀이터였어요. 그땐 그런 곳이 위험한 줄도 몰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와일드하게 놀았어요. 대문이 있어도 대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담을 넘어서 가고 그런 시절이 있었네요.

유민하 정말 다양한 놀이들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내셨네요. 저는 이번 좌담을 준비하면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사업 취지 중 건강한 여가문화 조성을 위한다는 내용이 있는 것을 다시금 보았는데,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때부터 놀토 노는 토요일을 이르는 말. 주 5일제 등교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격주로 운영하여 놀토, 갈토(가는 토요일) 등의 말을 썼었다.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잖아요. 지금은 당시보다 더 다양하게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요. 현재 우리 사업에 여가시간을 내어서 참여한 친구들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또, 무엇을 느끼면 좋을까요?

최윤정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면요. 같은 놀이를 해도 하는 아이들에 따라 규칙이 조금씩 다른가 봐요. 그런데도 포용력이 좋더라고요. 어느날은 놀이 중 한명이 유독 박자를 잘 못 맞추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렇구나 하면서 그냥 같이 하더라고요. 그냥 그 친구를 쿨하게 인정해 버리는 거죠. 그런 점이 좀 의외이면서 신기했어요. 마음이 훈훈해지더라구요.

유민하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이기고 지는 것에 집착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는 놀이가 아니잖아요. 게임(경쟁)이 되는 거죠, 즐겁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런 포용력을 가지고 간다면 그 친구들은 좋은걸 알게 된 거죠.

박슬기 아이들은 이어지게 하는 어떤 연결고리가 생기면 잘 노는 것 같아요. 노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느낌이에요. 무엇을 해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게 막 대단한 공감대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사소한 거죠. 그래서 전 프로그램 시간에 언제나 ‘우리가 지금부터 뭘 할 건데’ 라는 거창한 시작보단 그 작은 연결고리를 찾는 걸로 시작하곤 해요. 우리를 이어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그게 그날의 놀이가 되는 거에요.

유민하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각자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박슬기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진심으로 교감할 수 있고, 이어질 수 있는 게 노는 것 같아요. 밖에서 흙을 만지고 놀 수도 있는 거고, 집에서 언제까지고 뒹굴 수도 있죠. 어떤 행위라도 놀이가 될 수 있잖아요. 함께 논다는 건 교감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함께 교감할 수 있다면 그게 놀이이지 않을까 싶어요.

김승호 저는 논다는 건 상상력을 키우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신체는 어떤 피상적인 공간에 한정 될 수밖에 없지만, 노는 시간만큼은 그 공간을 벗어나서 무한한 상상력으로 뻗어 나갈 수 있잖아요. 그런 자연스러운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놀이가 그만큼 중요한 행위인거죠.

유민하 고정된 틀을 벗어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다보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행위들이 중요하니까요, 그런 상상력을 키운다는 부분이 너무 좋네요.

*1) 노는 토요일을 이르는 말. 주 5일제 등교를 시작하는 초기에는 격주로 운영하여 놀토, 갈토(가는 토요일) 등의 말을 썼었다.

최윤정 저는 진짜 노는 것은 삶의 반짝임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에게 맞는 놀이라는 것이 나이에 따라, 처해진 여건에 따라 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자기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삶 속에서 찾아내서 본인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바로 놀이가 아닐까 해요.

엄진희 문화예술교육에서 놀이는 아이들이 즐거우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즐겁고 예술가들도 즐겁다면 그게 다 노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이들은 하이텐션이기 때문에(웃음), 그런 텐션을 저희도 맞춰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나면 진짜 힘들긴 한데, 그래도 ‘그래, 오늘도 잘 놀았다.’ 이렇게 되거든요. 어느 한쪽만의 즐거움이 아닌 양쪽의 즐거움의 균형을 맞추면 그게 즐거움(놀이) 인 것 같아요.

두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놀이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규칙 속에 활동하면서도, 포용력 있게 안아주며 함께 활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속 놀이는 교감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서로 관계를 맺는, 즐겁고 반짝거리는 행위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을 관통하는 중심에는 ‘놀이란 함께 즐거울 수 있으면 그만 인 것’ 이라는 알맹이가 들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가를 보내는 놀이의 즐거움을 순수하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우리를 그려보며, 내가 좋아하는 이상의 소설 날개에 나온 구절을 바꾸어 적어볼까 한다.

놀자, 놀자, 놀자, 한 번만 더 놀자꾸나. 한 번만 더 놀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