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생각과 마음을 잇다 마음을 잇다

자연 없이 문화 없다

좌장 : 홍지훈 / 춘천전인고등학교 교사, ’19.7月 패널리스트 : 박향숙 / 산림치유사회적협동조합, 한수정 / 작가

그래도 여전히 자연과 그 숨결을 함께 하며

말갛고 고운 눈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

그래도 여전히 자연과 그 숨결을 함께 하며 말갛고 고운 눈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을까? 적어도 오늘날 문명사회의 모습을 보면 자연과 사람이 꽤나 어색한 관계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문화(文化)란 복잡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패턴을 찾아낸 똑똑한 인간이 문자(文字)를 발견하면서 생겨났다. 문자를 통해 자연(Nature)을 패턴화하고 경작하여 (cultivate) 2차 재생산 해낸 산물이 바로 문화(Culture)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문화는 인간을 자연과 단절시키고 있다. 그로 인해 자연과 뭇 생명들로부터 단절된 인간의 영혼은 날로 고독해지고 심장은 차가워져가고 있다.
더 이상 문화를 자연과 인간을 단절시키는 칼날이 아니라, 다시금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키는 끈끈한 탯줄로 변화시킬 수는 없을까?

춘천명동의 번화한 도심 외곽에 동화처럼 펼쳐진 소담한 카페에서 모처럼 좌식으로 두런두런 앉아 문화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화해에 대해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홍지훈 안녕하세요? 자연과 인간이 단절된 시대에 이들을 다시 소통시킬 수 있는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한수정 작가께서는 자연과 인간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시고 최근에는 책도 집필하셨다는데,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겠어요?

한수정 저는 조경을 하셨던 할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나무를 키우며 살았어요. 커서는 미술을 전공했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고민하던 중 잠시 아버지 일을 도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식물이 가진 미술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어요. 그러다 결혼을 했고 외국생활을 하며 우울증을 겪기도 했는데 식물들을 관찰하고 세밀화를 그려나가며 많은 치유를 얻었던 것 같아요. 우연히 자연환경이 좋은 춘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세밀화를 그릴 재료를 얻기 위해 방문했던 도립화목원에서 재료 채취를 허락받으며 화목원의 협력 작가로 활동하게 되었답니다.
개인적으로 나무를 계속 공부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였는데, 나 자신의 치유를 넘어 다른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러한 것들이 어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제가 전공한 미술을 매개체로 하여 아이어떻게 하면 자연을 더 관찰하고 느끼도록 해줄 수 있는지가 요즘 최대 관심사입니다.

홍지훈 그럼 구체적인 교육활동도 해보셨나요? 아이들이 자연과 만나고 교감할 수 있는 교육활동들이 활성화되어 있나요?

한수정 아직 한국사회에서 이 분야의 지속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은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요즘은 강원도 교육청에서 ‘마을 선생님’을 지정하여 선생님들을 아이들과 연결시켜주고, 학교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인연이 있던 ‘춘천 담작은 도서관’의 추천을 받아 마을선생님을 하게 되었구요. 마침 제가 「하루 5분의 초록」이라는 자연관찰에 대한 책을 집필하며 구상했던 교육프로그램이 있어서 이것을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나뭇잎 스탬프가 있는데요, 아이들과 나무를 관찰하고 스탬프에 있는 것과 똑같은 나무를 발견하면 그 도장을 종이에 찍어 나만의 식물도감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아이들은 도장을 찍는 행위 자체도 재미있어하고 자연스럽게 자연을 관찰하게 되면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었어요.

홍지훈 사실 저도 대안교육활동을 하며 아이들이 자연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열어주고 싶지만 학교운영 현실상 쉽지만은 않은데 그러한 노력들을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차후 더 나누도록 하고, 이번엔 숲치유사로 활동하시며 자연과 인간의 교감과 화해를 도와 나가시는 박향숙 선생님의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향숙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까지는 유아들과 놀며 숲을 알아가도록 돕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는 가평 설악면에 있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에서 산림치유사로 활동 중인 박향숙 입니다. 일단 명칭에서부터 ‘치유’가 들어가잖아요? 말 그대로 숲을 통해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홍지훈 이 일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향숙 저도 숲을 만나서 치유를 얻은 사람이라 이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치유사를 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일하면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구요. 그래서 이 일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숲에 온 사람들에게 어떤 목적을 둔 활동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숲을 맨발로 걸어보고 혼자 고요한 시간도 보내보도록 합니다. 때로는 매트를 들고 숲에 들어가 누워서 와선(누워서 하는 명상)이나 바디스캔 등 명상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단체로 온 사람들은 숲에서 함께 놀이도 하고, 쉼이 필요한 사람들은 숲의 고요함도 느끼며 인성과 감성이 충족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제 마음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홍지훈 산림치유라는 것이 몸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나 마음에도 많은 치유가 이뤄지나 봐요.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상처와 어둠이 있어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위한 활동들도 하시나요?

박향숙 요즘은 교도소나 소년원에서도 종종 오곤 합니다. 그들과 함께 깜깜한 밤에 매트 하나만 들고 숲에 들어가 보곤 하는데요. 처음에는 당연히 무섭지만 그 잔잔한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자신을 바라보며 촛불 하나 켜놓고 시도 읊어 보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은 차츰 사라지게 되요. 아마 살면서 그런 경험들은 별로 없을 거예요. 시라는 것이 매우 정제되고 아름다운 언어잖아요? 소년원에서 온 친구들도 막상 그 상황에서 시를 읽혀보면 매우 진지하게 읽어요. 현대인들이 처한 많은 정신적 아픔들이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자연스레 치유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숲 치유 분야는 더 부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지훈 두 분 소개 잘 들었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유’라는 키워드가 공통분모인 것 같아요. 어떻게 숲과 자연이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일까요?

박향숙 숲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규율과 법으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곳이잖아요. 말 그대로 자연이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어서 인 것 같아요.

홍지훈 저도 숲과 치유라는 단어에서 떠올랐던 것은 ‘있는 그대로’ 라는 단어였어요. 현대인들은 타인의 시선에 너무 많이 신경 쓰고, 또 평가 받고 살아가잖아요. 그것이 그대로 스트레스가 되고... 박향숙 선생님 말씀처럼 숲이 주는 자유로움과 평등함이 사람을 치유하게 만드는 것 같네요.

한수정 저는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라는 책을 본적이 있는데 거기에 답이 나와 있던 것 같아요. 책의 내용 중에 숲이 사람의 감각을 살린다는 부분이 있는데요.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에 갇혀 살게 되면 사람의 오감이 퇴화되고, 또 어떤 쪽으로는 비정상적으로 예민해지게 된대요. 자연 속에서 경험하는 온전한 상호관계에 대한 감각들이 퇴화되면서 오늘날 우리는 비인간화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숲과 소통하며 감각이 살아나게 되면 사람이 진정 살아있는 생명임을 느끼게 해주고 그 자체가 치유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감각과 더불어 자연 속에 무수한 생명들과 우리가 관계되어 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고 지구 상의 생명 모두가 공동체임을 깨우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모든 생명들이 나에게 의미가 되어 사랑할 줄 아는 존재가 되고 그것을 통해 인간성의 회복을 경험하지요.

홍지훈 저도 ‘치유’와 더불어 ‘교감’ 이라는 것이 자연이 주는 소중한 무언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현대인들을 보면 정말 많이 단절되어 있잖아요. 대지로부터 혹은 지구상의 무수한 생명들로부터 단절되어 있고, 심지어 도시 안에서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까지 단절되어 있잖아요. 그 파편화 된 단절이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런데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면 이 단절된 관계들이 회복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수정 학교에서의 자연친화 활동도 중요하지만 각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커갈 때 자연과 공존하는 거주환경을 가꿔나갔으면 좋겠어요. 막상 부모들 자신은 자연과 단절되어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만 자연친화 활동을 주입시킨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춘천에 오게 되면서 요즘은 거주지를 아예 숲 속의 주택으로 옮겼어요. 대도시의 아파트에 비하면 비교적 비용도 적게 들어요. 물론 처음에는 깜깜한 밤이 무섭고, 집으로 날아드는 온갖 벌레며, 동물들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제는 생활의 일부로 아주 친숙하게 지내고 있지요. 주택을 건사하려면 몸도 많이 힘들지만 오히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온 몸의 감각들이 활성화되고 살아나는 것 같아요. 아파트라는 거주 공간 자체가 매우 단절되어 있고 사람의 감각을 퇴화시키잖아요. 그런데 시골의 주택에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아이들이 커나가는 동안 꼭 이러한 주거환경을 마련해주고 지켜주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라 자연과 소통하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작업은 모든 아이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교육에 더 관심이 생기고 있어요.

박향숙 유치원 아이들만 해도 자연에 온갖 것들에 관심과 흥미를 보이는데 초등교육으로만 편입되어도 아이들이 나방 한 마리만 눈앞으로 날아가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가기 바빠져요. 나방 하나만 보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가지고 있고, 자연에서 나름 다양하고 훌륭한 역할을 해내는데 그런 것들을 모르고 해충으로 낙인찍어 버리지요. 저도 자연 속에서 감각을 깨우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대부분 시각정보로만 자연을 보잖아요. 그래서 눈을 감고 촉각, 후각 등의 다양한 감각으로 자연을 감각하는 활동을 하곤 한답니다.

홍지훈 오늘 모신 두 활동가분들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연과 인간의 단절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점적인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조금 더 민관이 협력하여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확대되어 거대한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회복이 이뤄졌으면 좋겠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한수정 제가 최근에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 심어놓은 나무를 재학하는 6년 동안 꾸준히 관찰하도록 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활동들이 조금 더 지속적으로 자주 이뤄졌으면 좋겠는데 단발적인 이벤트로만 그치는 경향이 있어요. 학교 선생님들이 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회복이라는 테마의 교육적 필요성을 알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러한 것들이 교육현장에서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때로는 이러한 활동에 많은 열정을 가지신 선생님이나 관공서 분들도 만나지만 계속 자리가 바뀌시다 보니 지속성을 띄기도 힘들고요.

박향숙 요즘은 자유학기제라고 해서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표면적으로는 자연친화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 많아지는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들조차 이런 활동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충분한 안내를 못해주시더라고요. 숲에 가는데 아이들이 짧은 치마에 짙은 화장을 하고 온 거에요. 다리가 풀에 긁히고 얼굴에 벌레가 꼬이는데 아이들은 당연히 숲이 좋아질 수도, 자연 속에서 충분한 배움을 얻을 수도 없었겠지요.

한수정 제 생각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전 지구적 차원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에 소수의 특혜 받은 아이들만이 아니라 가급적 모든 아이들이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으니, 거의 영업사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제가 준비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관의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다가 작은 실마리라도 붙잡으면 그것을 기회로 충분히 준비해온 저의 활동을 알리고, 이런 활동들의 가치를 깨우쳐주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열정이 있는 민간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였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 관의 지원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홍지훈 네. 오늘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저 혼자만의 고민이라 생각했고 외로운 투쟁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되어 마음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 것 같아 참 좋습니다. 숲 속에 꼭꼭 숨겨있던 보물 같은 사람들을 발굴해내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해주신 ‘잇다’ 웹진 담당자 분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문화는 자연에 기반을 두어야 하고, 자연과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자연은 인간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문화는 인간의 자식이다. 더 이상 문화가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파멸시키는 폐륜을 저지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여전히 자연과 그 숨결을 함께 하며 말갛고 고운 눈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다. 자연과 인간을 화해시키는 문화의 창조자들. 이들의 열정적인 노력과 그 마음들이 이어져 더 큰 연대가 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