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사람과 현장이 이곳에 있다 현장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 담작은도서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

담작은도서관

김도연 / 담작은도서관장, ’19.4月

아이들에게는 딴 짓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수만 참여하는 일회성의 프로그램 보다는

일상적으로 언제든지 참여 할 수 있는 체계와 공간,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딴 짓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수만 참여하는 일회성의 프로그램 보다는 일상적으로 언제든지 참여 할 수 있는 체계와 공간,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 담작은도서관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를 진행할 장소를 제공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보다 춘천에는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일상적인 활동과 연계되는 것이 매우 어렵구나 하는 점을 느꼈었다. 교육, 문화예술, 복지 등 다방면의 정책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책 읽는 문화와 도서관 문화를 조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임이 틀림없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할 수 있었던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고 실험적인 활동들을 해 보며 가능성을 찾아 지금까지 왔다.

담작은 도서관이 개관할 당시, 춘천은 인구수에 비해 도서관 수가 적지 않았으나 분관이 주로 면 소재지에 위치해 있어 도심권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졌고, 도서관 시설 또한 주로 시험공부를 위한 공간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린이 활동 측면에서는 2006년 즈음 춘천 지역 공공도서관의 어린이 자료실에 부모와 아이를 위한 온돌 형태의 작은 열람실을 만들기 시작했고, 사서의 역량에 따라 그림책을 빛그림으로 만들어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서관이 있는 정도였다. 그 때 춘천 시민들은 아이들이 맘껏 상상력을 키우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 전용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원했고, 그 안에서 다양하고 따뜻한 문화예술 활동들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시작하다

책을 매개로한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책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평생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개관 초기 담작은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특히 도서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던 많은 친구들이 거의 매일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멘 채 도서관에 들렀는데, 도서관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전에는 이제 막 옹알이를 하며 엉금엉금 기기 시작하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오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는데 정말 읽어줄 맛이 났다. 책만 읽어주었는데도 매번 20여 명 남짓 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딴 짓하는 기색 하나 없이 즐거움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보드게임카페를 열고,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고, 영화관처럼 커다란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나, 작가를 만나고 연극·음악 공연을 하는 날에도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했다.

춘천은 작지만 대학이 5개나 있는 교육의 도시이며 인형극제, 마임축제, 국제연극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벌어지는 명실상부 예향의 도시다. 때문에 지역에서 교육, 문화, 예술 관련 전문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도서관 프로그램의 거의 대부분을 사서가 기획하고 직접 운영하였지만 이들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어떤 전문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했지만 대부분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도 모른 채 최선을 다했고 재미있는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시민들은 북 카페에 열광했으며 도서관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고 열람실에서 연극을 하는 것 등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담작은도서관에서의 이용 경험이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도서관 문화의 기준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드러나다

2008년 개관 이후 계속 증가하던 이용자는 2011년 즈음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방과 후, 돌봄 교실이 운영되면서 평일에 오던 아이들은 주말에 왔으며, 초등 고학년의 발길이 뜸해지고 초등 저학년과 미취학 아동이 주이용 층으로 변화되었다. 게다가 아기를 위한 독서진흥활동 북스타트가 활성화되면서 백화점 등의 문화센터에도 영유아를 위한 독서 프로그램이 생겼다. 사람들은 도서관이 아닌 문화센터를 선택했고, 보육료 지원이 되면서부터는 훨씬 어린 나이부터 놀이방과 어린이집으로 아이들을 보냈다.

우리는 10세를 기점으로 책과 도서관으로부터 멀어지는 아이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학원 공부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고학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재미를 못 느낀다고 생각했다. 10대는 또래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기존의 고학년 프로그램에는 저학년과 미취학 어린이가 함께 하도록 했고, 그들의 성장과정에서 요구되는 흥미로운 주제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도 못했다. 그 아이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도서관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고민하게 되었다. 한번은 책 읽어주는 시간에 사서가 아닌 이용자(어린이)가 골라온 책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보았는데,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가져온 책 속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은 평소 아이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책을 골라 읽기보다는 어른들이 좋다고 판단한 책, 누군가의 추천도서목록에 나와 있는 책만을 읽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는 것도,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자기 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어른의 역할 부재, 즉,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읽으라고 하는 것 또한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

발견하다

수동적인 참여에 지쳐갈 때 쯤, 재미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콘텐츠들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도서관 주위에 있는 은주헤어미용실에는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있었다. 미용실 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원장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거였다. 남편과의 사별 후 우울증을 그림으로 치료했는데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는 그림이었다. 우리는 원장의 작품들을 전시 콘텐츠로 풀어냈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본 사람들은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라고 하며 구입해 가기도 했다.

앞선 사례는 도서관이 직접 콘텐츠를 발굴해내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반대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며 이용자가 도서관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고 최대한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소문이 난 것 같았다. 그 시작은 이렇다.

개관 초부터 도서관에는 어른들이 운영하는 빛그림 동아리가 있었다. 마임, 인형극, 연극 등 안 하는 것이 없기로 유명한 동아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왜 어린이들이 하는 인형극단은 없냐며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인형극단(말동무연극단) 운영계획서를 들고 찾아왔다. 본인들이 도움을 요청 할 때만 어른들이 도와주면 된다고 호기롭게 말하더니, 아이들은 정말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모여 단원 모집 홍보물 제작, 대본 쓰기, 인형 제작 등 거의 대부분의 활동을 직접 진행 해냈다.

‘청소년극단 무하’의 대표는 아이들에게 연기지도를 해 주었고, 도서관에서는 필요한 재료와 인형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엄마들은 아이들이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간식을 준비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작은 공연도 하고 춘천인형극제 아마추어 경연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삶을 보고 배운 듯 어린이들도 연극단을 통해 자기들만의 이야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이용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례였다.

고등학생들은 꿈·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어 찾아오며, 초등학생들은 평소 집에서 혼자 하는 놀이, 즉 일상에서 찾은 것들을 하고 싶다며 도서관을 찾아온다. 최근에 발명이나 수학 에 관심 있어 하는 13살 아이는 집에 있는 장비를 챙겨와 한 달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3D프린터 사용하는 법을 또래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또 어떤 10살 아이는 평소 막대 인형을 만들어 집에서 하던 놀이를 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담작은 마켓에서 인형극 공연으로 선보인다. 처음에는 공연만 했는데 2회째부터는 공연 후 아이들과 막대인형을 만들어보는 등 스스로 활동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8살 아이는 담작은 마켓에서 ‘종이의 아름다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매달 종이로 장미꽃을 접고 그것으로 목걸이, 메모판 자석, 책갈피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설명을 얼마나 차근차근 잘 하는지 놀랍고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 보려고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 아이들도 어른의 도움은 최소로 받으며 스스로 그 일들을 해내고 있는데, 하나같이 자신감은 물론이고 얼굴에 가득 웃음꽃을 피운 채 즐겁게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자격증을 가지고 개인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다른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 도서관에서는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도 좋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아이들의 삶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아주 특출난 재능이 있어야만 하는 것으로 알던 아이들도 또래가 하는 것을 보고 자기 안에서 가능성을 스스로 찾고 도전을 한다. 아이들은 ‘나도 집에서 저렇게 노는데~’, ‘ 나도 이거 할 수 있는데~’,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하는 자신감의 고취나 자기 동기부여가 어른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다.

걸어가다

아이들에게는 딴 짓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소수만 참여하는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보다는 일상적으로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는 느슨한 체계와 공간,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에도 실험은 계속된다. 예술 놀이터(가칭), 기타 연주, 목공 작업 등 분야가 넓어지며 할 수 있는 공간, 함께 해야 할 사람도 더 많이 필요해졌다. 이런 활동들을 유기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도서관에서 찾아내고, 모색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고 그들에게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그런 사회가 되길 꿈꾸며 담작은도서관이 앞장서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