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생각과 마음을 잇다 마음을 잇다

삶의 치유를 문화로 잇다

김동욱 / 조각가, ’19.4月

결국 문화나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더라구요,

문화나 예술이 우리들의 관습, 행동, 환경 같은 것들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결핍되지 않았죠.

이런 것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이니까.

결국 문화나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더라구요, 문화나 예술이 우리들의 관습, 행동, 환경 같은 것들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결핍되지 않았죠. 이런 것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 이니까.

문화기획자로서 (기획자 개인과 함께 참여하는 이들 모두의)삶의 치유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늘 고민되는 것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문화를 기획하는 첫걸음인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이끌어 갈 생각만 하다 보면 실패의 연속인 것이다. 기획자의 능력은 탁월한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인 주민들의 문화 이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다 보면 소통의 문제에서 실망하고 능력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문화적 소양과 많은 기획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태백의 <무브노드> 김신애 대표와의 만남은 그래서 소중하고 기대 되었다. 조각가로서 혹은 기획자로서의 삶을 지탱해온 나는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젊은 문화기획자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김동욱 안녕하십니까? 김신애 대표께서는 타 지역에 계시다가 고향인 태백으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간단한 이력과 <무브노드>라는 공간을 거점으로 어떠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계신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신애 저는 태백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게임그래픽 공부를 했어요.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그림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했는데, 태백에서는 저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태백을 떠나게 되었고, 10여 년 후 다시 이곳에 돌아와 <무브노드>라는 문화적 소통 공간을 만들었어요. <무브노드>는 감정적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에요. 제가 이곳에 1년간 거주하면서 문화기획행사를 7~8개 정도 진행했는데, 가장 피드백이 괜찮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활동’이었던 것 같아요. 한쪽으로, 그러니까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우리가 이런 것을 준비했으니까 너희는 받으면 돼’ 같은 게 아니라 본인들이 와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던가, 그 삶에 대해 우리의 이야기를 해준다던가, 같이 걸으면서 무언가 이야기 할 수 있다던가... 이런 활동에 대한 피드백들이 진짜 좋았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게끔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번에 저희가 전시회를 하나 했었는데요, 이곳 태백에 화광아파트라고 오래된 아파트 하나가 곧 헐리거든요. 지난 6월에 그곳에 가서 사람들이랑 같이 사진 촬영하면서 작업을 했었는데, 저는 그냥 제가 재미있어서 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반응도 너무 좋고 너무 재미있어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실제로 이런 것들을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좀 들었죠.

제 개인적으로는 태백에 계신 분들이 좀 상처 받았다는 느낌이 있어요. 왜냐하면 탄광산업이 부흥했다가 쓰러졌고, 주변에 이웃들은 다 떠나가고 그랬으니까. ‘남아있는 사람들은 버려진 게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 화광아파트 활동을 하면서 그분들에게 어떤 긍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문화기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서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 ‘당신들은 여기에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용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갈 수 있는 문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갈 수 있는 문화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김동욱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구조적 틀을 생각해 내시고 또 그런 소통의 공간을 만든 것은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태백에서는 이 공간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김신애 사실 처음과 지금은 좀 많이 달라졌는데, 처음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이었어요. 제가 서울에서 여기 처음 왔을 때 혼자는 좀 심심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 좀 이상한 놈들이 내려와서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 싶더라구요. 디지털 노마드라는게 노트북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이 여기 와서 일 하면서 태백을 좀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많은 분들이 내려오셨어요. 그런데 제가 여길 지키고 있으니까 태백 분들도 조금씩 오시기 시작하는 거예요. 물론 지역 분들도 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죠. 지금은 지역주민과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김동욱 제 경험으로는 삶의 기반이 다른 두 부류가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느껴 왔는데, 김신애 대표께서는 ‘잘하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주민들과의 소통이나 연결이 자연스럽게 잘 되고 있나요?

김신애 자연스럽지는 않죠. 의도적이죠. (웃음)

김동욱 의도적인 것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러워지므로 어쩔 수 없죠. 의도하는 것 역시 굉장히 좋은 생각 같은데요?

김신애 그래서 ‘누구 왔다!’ 그러면 끌고 다니면서 보여드려요. 여기에 이런 친구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뭔가를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자연스러운 생각의 전달을 의도적으로 펼치면서 태백지역의 상황에 맞게 잘 적응 시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지역의 청년들과 다양한 소통의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욱 저는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각가이자 전시 기획자로서 지역성에 주목해 왔어요. 춘천의 색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해왔습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강원지역에는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부족과 결핍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에 대해 동의하시는지, 혹시 다른 생각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시겠어요?

김신애 저는 서울에서 포화된 게 질색이어서 내려왔거든요. 너무 많이 밀집되어 있는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인 거예요. 하루하루 사는 게. 여기 내려 와보니, 와보셔서 아시겠지만 태백시에서도 엄~청 동떨어져있고 이 동네 사시는 분들도 얼마 안 되세요. 그래서 여기를 열면서 약간 우울했었거든요. 이렇게 돈이 없어서 여기까지 밀려나나(웃음)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한 삼일을 사람을 못 봤어요. 광고를 엄청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언젠가 누구라도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어느 날 이렇게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누가 찾아오신 거예요. 그때 제가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웃음) 정말 제가 개처럼 뛰듯이 기뻐하면서 사람을 반겨주고 있는 거예요.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라... 제가 사람한테 굉장히 환멸을 느꼈고, 사람이라는 것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내려왔지만 이게 또 없으니깐 소중한 줄 알게 되더라고요. 그게 좋은 마음이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또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이걸 어떻게 컨트롤해야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없다는 것이 다 나쁜 게 아니라 어쩌면 장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물론 태백은 안 좋겠죠? 사람도 없고 이렇게 뭐가 없는데. 그런데 저에게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사람이 없으면 서울에서 여기까지 다른 분들이 오셔서 일을 도와주시기도 하는데 제가 진짜 감사하게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일 수 있다는 것’ 그게 가장 제 삶이 변화된 점이기도 하고...

그리고 저랑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좀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지 가능한 삶 같아요. 사실 여기서 한몫을 잡을 수도 없겠지만(웃음), ‘여기서 내가 한몫을 잡겠다!’ 이런 것보다는요. 제가 바라는 이상향이 있거든요. 제가 들었던 어떤 수업에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공공의식의 내면화가 되어야, 사람이 사는 마을이 행복해진다’라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때는 단어가 너무 어려우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지내다 보니 공공의식의 내면화라는 것이 ‘내어주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오시는 분들에게도 계~속, 저한테 해코지를 해도 뭘 자꾸 내어드렸더니 그래도 나중엔 오셔서 도와주시고 이러세요.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하면 통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마음은 썩어나지만.(웃음) 아마 여기 상처받으신 분들이 주변에서 다 뺏어가려고만 했기 때문에 상처받으셨던 것 같아요. 내어주는 사람을 못 만나봤으니까. 그런데, 계속 내어주는 것을 받아보면 ‘나도 이렇게 내어 줄 수 있겠구나~’라는 학습능력이 좀 생기는 것 같아요 그게 공공의식의 내면화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그렇게 해오고 있어요.

김동욱 그럼 김신애 대표의 이야기도 제가 말씀 드린 강원도의 문화예술활동의 결핍이나 부족 이런 지점과 맞닿아 있나요?

김신애 제가 여기 내려와서 1년 정도 살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근데 처음 한 6개월 동안은 결핍이라는 것에 대해 집중을 했었는데, 결국 문화나 예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더라구요. 문화나 예술이 우리들의 관습, 습관, 행동, 환경 같은 것들에서 비롯된다고 보면 결핍되지 않았죠. 이런 것들은 어디에나 있는 것이니까. 결핍이 있다고 보는건 이런 것을 하찮게 생각해서 그런 건데... 옆에 보시면 폐광석지가 있는데, 거기를 걸어보면 너무 멋있어요. ‘그냥 여기를 걷는 것만으로도 문화겠구나, 그 자체가 예술활동이겠구나’ 맘속에 그런 울렁거림이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좀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매칭 시켜서 그것을 문화로 같이 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동욱 외부에서 봤을 때 강원도의 장점은 휴식의 공간, 몽환적 공간이라는 시선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없는 게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강원도의 장점이고 또한 현대 사회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봅니다. 김신애 대표께서 바라보는 강원도에 대한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김신애 저는 자연환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서울에서 일할 때 힘들면 항상 한강에 가서 앉아 있었어요. 몰랐었는데 제가 자연을 굉장히 좋아했더라고요.(웃음) 여기서도 외지에서 손님들이 오시면 시내 나가서 밥 먹고 걸어서 여기까지 와요. 물소리 들으며, 맥주 마시며 걷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창으로 저 산을 보면서 커피 한잔하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몰랐는데 서울과 비교하다 보니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조만간 서울에서 부부가 내려오세요. 그 두 분도 태백의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서 이주를 하셨어요. 강원도의 가장 큰 메리트는 자연이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예술품을 향유하듯이 자연도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동욱 제가 <무브노드>홈페이지 들어가 보니까 현재 ‘문화기획 유랑단’이라는 것을 모집하고 계시잖아요. 거기 홍보 문구에 ‘우리 마을에 즐길 문화가 없나요? 정말 그래요?’ 두 번이나 물어보시고 ‘그러면 당신이 생각하는 문화는 뭐예요?’ 라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그 소개 문장을 보고 ‘아! 대표님은 이런 시선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바라보고 계시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거든요. 그 활동에 대해 설명을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신애 그게 사실은 1년에 활동을 7~-8개씩 하다 보니 제가 좀 지쳐요. 그런데 이게 지속되지 않으면 흩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 사이사이를 채워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오시는 분들 중에서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한 번 함께 가보자! 마을의 자원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결합하여 기획을 하고, 그 기획을 실행하는 것까지 제가 한번 도와주면, 다음부터는 그 프로세스로 스스로 알아서 실행 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 소소한 것들 있잖아요, 영화를 보는 행위 같은 거. 그런데 그냥 영화 보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색다른 것 하나를 여기에다가 붙여’, 아니면 지역에 있는 색다른 공간에 가서 영화를 본다던지, 이런 식의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에 자기 것을 또는 지역의 것을 붙여서 ‘일상적인 것을 새로운 형태의 생소한 것들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김동욱 그럼 ‘문화기획 유랑단’ 프로젝트를 통해 그런 분들이 모이고, 이후에 대표님처럼 지역에서 활동하기를 바라시는 건가요?

김신애 맞아요. 그리고 태백은 지역의 구분이 한정되어 있어요. 다 같은 태백시에 사는데 우리는 장성 주민 저기는 하장리 주민 이렇게 분리해서 보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래서 유랑단이란 것도 마을과 마을을 사이를 떠돌아다녔으면 하는 생각에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김동욱 대표님처럼 강원도로 귀향 또는 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그분들께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신애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집을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더라고요. 사실 별거 아닌데...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너무 손에 움켜지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경험해 보니 여행하듯이 옮겨 다니며 집을 바꿔보는 것도, 떠돌아다니는 삶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진짜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어쨌든 고향이라는 것은 있어야 하잖아요. 뿌리라는 것이 있어야 다시 돌아올 곳이 있으니까. 태백이 사실 저에겐 그런 곳이죠.(웃음)

김동욱 이렇게 좋은 기회를 미리 알아봤어야 하는데, 선생님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강원도에 있는 선배와 후배의 네트워크가 마련된 것 같아서 기뻤고, 독자들한테도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문화기획은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출발점인 것 같다. 소통을 한다는 것은 지역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기보다는 그들 스스로가 공간을 채워 갈 수 있게 큰 울타리 안에서 바라보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며 공통의 삶과 문화적 소통의 공간을 만들어 가야만 진정성 있는 문화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