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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랜드마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김문란 / 문화플러스 대표, ’18.11月

강릉 사람들은 만남의 장소로 ‘신영극장’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신영극장 앞에서 만나!” 라는 말은 편지, 집전화, 삐삐, 휴대폰을 이어오며 현재도 진행 중인 약속의 대화다.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를 위해 신영극장 정류장에서 내리는 어르신부터 앞머리 헤어롤을 말고 친구를 기다리는 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신영극장 앞은 말하자면 강릉의 명동인 셈이다.
138cm의 눈이 내렸던 1990년 1월, 강릉의 폭설 뉴스를 듣고 집에 전화를 했는데 “눈 때문에 신영극장 지붕이 무너졌다”는 엄마의 말은 어떤 피해 소식보다 강렬했다. 지금도 유난스럽게 눈이 내릴 때면 강릉 사람들의 공통적인 폭설 후일담으로 신영극장은 곧잘 소환된다.


신영극장은 또 강릉문화예술관(現강릉아트센터)이 설립되기 전 강릉의 중요한 문화시설로 학생들을 위해 문화생활이라는 명목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 「콰이강의 다리」 같은 오래된 영화의 단체관람이 가뭄의 단비처럼 진행되기도 했는데 줄을 지어 신영극장을 향하던 교복 입은 학생들의 대열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영극장 역사>

▷1960년대 신영극장 개관(개인 운영)
▷1990년 폭설로 현재의 쌍둥이 건물 재단장
▷2009년 신영극장 폐관(개인 운영)
▷2012년 5월18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개관(강릉씨네마떼끄)
▷2016년 2월29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임시 휴관 ▷2017년 3월24일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재개관

이처럼 1960년대부터 운영되어온 신영극장이 많은 추억을 뒤로하고 멀티플렉스 극장의 출연과 함께 다른 지역처럼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은 2009년. 마지막 상영작 입간판을 몇 년째 달고 있었지만 재개관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막강한 자본에 대항할 무모한 시도는 없는 것이 당연했다. 지역마다 다른 공간과 정체성을 지녔던 영화관은 대자본이 제공하는 시설로 전국이 통일 되며 저마다의 개성을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신영극장 앞은 폐관 후에도 여전히 만남의 장소였고 극장은 폐관했지만 버스정류장 이름은 변치 않고 유지되며 2009년 이후에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도 낯선 이름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신영극장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으로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국을 장악한 골리앗 멀티플렉스 극장에 맞서겠다니, 게다가 독립영화라니, 더구나 이를 준비하는 조직이 강릉씨네마떼끄라니.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신영 개관 소식은 ‘문화의 다양성’과 ‘신영이 상징하는 지역민들의 문화적 사회적 공감대’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동안의 문화 공간 조성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화제의 중심에 선 강릉씨네마떼끄는 1996년 창립된 영화 관련 비영리민간단체로 1999년부터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개최해 왔다.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가능케 했던 후원방식을 ‘신영’ 개관에도 그대로 적용, 강릉씨네마떼끄는 ‘모두의 극장’을 선언하며 극장 의자를 사고 이름을 새기는 ‘나는 주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신영극장 임대 보증금을 마련했다. 지역 문화계는 물론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동참, 대형 영화사의 배급전쟁 속에서 볼만한 독립예술영화를 본다는 ‘문화의 다양성’에 힘을 보탰다.

또한 시민들의 추억을 그대로 살린다는 의미로 ‘신영’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결정은 지역에서 신영이 차지했던 문화적 가치를 불러내며 공감대를 얻었다. 지금도 옛 신영극장 로비에 있던 좌석배치도와 관람자 준수사항 등 안내문은 그대로 남겨 공간의 역사성을 살렸다. 1992년 5월18일 강원도 유일의 예술영화관이자 국내 최초의 비영리 민간극장 독립예술극장으로 개관한 신영은 한 건축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시작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중소도시에서 독립예술영화관을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관객들과 소통하는 쉼터 운영에 공을 들이고 영화 라이브러리를 운영, DVD와 블루레이를 빌려주고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의 대화 등을 마련하며 지평을 넓혀갔다.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아 때론 영화관을 관람객 혼자 독차지하고 영화를 보는 상황도 연출되었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는 영화를 보기 위해 타 지역에서 강릉을 찾아오는 열정의 관객과 지역 단골 관객들의 애정으로 극장은 유지되었다.

하지만 4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석 규모의 영화관에서 연간 70여 편의 독립예술영화를 상영, 1만 5천명의 관객이 찾았으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 배제되어 연간 5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2016년 2월 29일 임시 휴관을 하게 되었다. 운영진은 ‘1383을 기억하며’라는 글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했던 1383일의 감사함을 전하며 ‘잠시 안녕’을 고했다.

그런데 뜻밖에 강릉시가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지원을 결정하면서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인 2017년 3월 24일 신영극장은 다시 재개관 했다. 마침 2017년은 정동진독립영화제 20주년을 한해 앞둔 해로 강릉시가 독립영화의 가치를 이해하며 ‘독립영화 도시 강릉’을 도시의 비전 중 하나로 삼는 결실과 함께 이루어낸 성과다. 독립영화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과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역에 단단히 뿌리내리며 전국과 네트워크를 맺고 마침내 자치단체의 전용관 지원을 이끌어낸 소식이 전해지며 재개관일은 서울 독립영화계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강릉으로 갔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로 축제 분위기였다고 한다.

재개관작으로는 홍상수 감독의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상영되었다. 극중 영희(김민희)가 영화를 보는 극장이 바로 신영극장이었던 인연 때문이다. 홍상수 감독의 선택한 신영극장은 아마 고유의 색을 가진 영화관다운 영화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강릉여행에 신영극장에서의 영화 관람을 포함시키는 여행객도 발견될 만큼 운영의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영화를 좋아하는 씨네필 사이에서의 전국적인 인지도만큼은 최고다.
재개관 이후 신영극장은 평창올림픽을 맞아 ‘한국영화의 맛, 한국문화의 멋!’이라는 프로젝트로 영어 자막이 제공되는 한국 영화를 상영, 지역 문화현장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지역을 굳건히 지키는 전용관의 상징으로 영화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지키는 사람들이 궁금하다. 박광수 사무국장의 신영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1. 신영에서 일하는 분들이 궁금하다.

비상근 권정삼 대표가 있고 4명이의 상근직원이 있다. 나를 제외한 3명의 스텝은 100% 신영극장 혹은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 자원 활동을 했던 이력을 지니고 있다. 적어도 다른 직장인들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 이곳을 택한 이유가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박광수 국장은 강릉씨네마떼끄 회원이자 마이크를 전달하는 보조자(일명 마이크돌이)로 제3회 정동진독립영화제부터 참여, 프로그래머를 거쳐 현재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중이며 독립영화계의 마당발로 통하고 있다.)

2. 영화상영 이외에 신영에서 진행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소개해 달라.

멀티플렉스와 확연히 차별되는 것은 기획 상영이다. 영화를 찾아보고 관련 책과 잡지를 구독하고 함께 영화를 보며 깊은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우리는 짐자무시 감독 작품들을 함께 보고 평론가를 초청해 자신이 좋아하는 감독의 시선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한다거나 사실은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홍상수 감독들의 영화를 찬찬히 보는 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대부분 감독전이 많고 재개관 할 때는 여성영화특별전을 마련했다. 후원회원들을 위한 회원의 날도 운영하는데 올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담은 영화를 모았는데 10월 31일은 <가을 이야기> 상영회를 가졌다.
대관사업도 함께 하는데 가끔 수학여행지로 신영이 선택되어 지기도 한다. 얼마 전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은 극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탸샤 튜더(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2017)>를 관람했다. 극장의 존재 이유를 이용하는 사람이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3. 지역 문화생태계와 영화계에서 신영극장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성과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사람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창작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영화가 주는 힘을 믿기에 창작자들이 영화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소망에 추진 계획 중인 사업이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씨네 아뜰리에’에 본인의 활동을 등록한 문화예술가들이 최소 관람료로 영화를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일종의 문화예술인 관람료 지원사업인 셈이다. 또 모아진 아카이빙 자료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또다른 일들이 펼쳐질 것이다.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가 창작자들에게 다음 활동의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정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원 회원 확대, 대관사업 및 기획사업 등으로 신영극장이 안정화되어 믿고 찾는 모두의 극장이 되었으면 한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성장은 건강한 문화생태계의 상징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분투기에 모두 주목하고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열망, 필요성으로 힘을 보태는 시민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노력이 자본의 논리를 넘어설지는 모르겠으나 그 한 걸음 한 걸음과 과정은 모두 기억하는 역사로 기록되고 있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