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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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또 다른 가족 맺기

청년의 삶을 살리는 것, 마을의 삶을 살리는 길

김영주 / 퍼머컬처디자이너, 마을에너지공방OO 대표, ’18.7月

서로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자발적 에너지와 호기심이 배움을 이끌어냈다. 그날의 활동과 일정은 스스로 정하고,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은 함께 의논해서 해결했다. 제이는 공정여행, 날씨는 생태농업, 나무는 적정기술로 담당 분야를 두기는 했지만, 서로 협력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먼저 도와달라고 이야기하지 못할 때에는 다른 친구가 도와줄 게 있는지 물어보는 협력적 관계가 만들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챙겨 주는 것은 어디서 나올까?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또 다른 가족이라고 할까?

시골에 산지도 10년이 넘었다. 처음 2~3년은 낮에 농사를 짓고 저녁에는 공부방과 마을학교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영월과 정선으로 옮겨 NGO 활동가로 살면서는 동강트레킹 가이드 활동도 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던 시골생활은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러나 시골의 불편한 교통과 의료, 문화생활도 눈에 들어왔다. 또한 아직도 연탄과 기름보일러로 살아가는 농촌지역의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 ‘마을에너지공방OO’을 만들어 적정기술 관련 교육활동을 시작 했다. 시골은 도시보다 난방비가 비싸고 단열에 취약한 오래된 농가주택들이 많았다. 또 농사를 지을 때 필요한 농기계와 건조기, 온돌, 창고 등 다양한 도구와 공간을 유지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겨울이 긴 강원도는 정말 춥다. 나는 40년 된 농가주택에서 화목난로를 사용했는데, 아침저녁으로 불을 피우는 수고는 물론이고, 산에서 직접 장작을 잘라서 운반까지 해야 했다. 그럼에도 단열과 기밀이 전혀 되지 않은 주택이라 불이 꺼지면 다시 추웠다. 그래서 난로와 화덕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런저런 기회를 통해 적정기술을 배우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혼자 하다 보니 너무 심심하고 외로웠다. 이것이 2015년 ‘청년공판장@동강’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적정기술은 지구환경에 영향을 덜 주고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이다. 산업화된 거대 자본주의 상품보다 효율이 좋고 돈을 적게 들이는 기술이며 마을공동체와 개인이 스스로 만들고 고치는 것이 가능한 기술이다. 전기, 핵발전소 등 화석에너지보다는 태양과 바람, 물, 불과 같은 자연에너지와 인간에너지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전환기술, 생활기술, 대안기술, 중간기술 등이라고도 한다.

‘청년공판장@동강’(이하 청년공판장)은 생태 순환적 삶과 노동을 통해 청년의 자립 능력을 키우고 농촌에서의 일자리와 정착의 기반을 마련하는 지역청년활동가양성 프로젝트다. 도시 청년들의 진로, 일자리 문제와 농촌 지역의 노령화, 지역 공동화(과소화) 문제를 연결하면 어떨까 라는 고민의 결과로 만들어진 활동이다. 시골도 일자리가 없기는 별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골에는 도시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시골만의 ‘다른’ 진로와 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마을의 재생산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마을을 지속가능성을 실험해 보고자 했다.

청년공판장 구성원은 세 명이다. 적정기술을 배우고 싶어 한 ‘날씨’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이 있었지만, 다른 두 친구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공정여행과 대안교육에 관심 있는 ‘제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이었다. 사회생활을 가장 많이 했던 ‘나무’는 적정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고 분위기를 활기 있게 만드는 친구였다. 제이가 20대 초반, 나무와 날씨는 각각 30대 중-후반이었다. 그 중, 제이는 유일한 홍일점이다. 3명 모두 시골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금껏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잘 적응을 할까 걱정했다. 한 번도 스스로 밥상을 차려 본 적이 없는 친구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지켜봐 줄 수 있는 동료가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과 다양한 경험들이 점점 쌓여갔다. 함께 밥을 먹고 생활하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가까워졌고, 시골 생활에 별 어려움 없이 적응했다.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3월, 시골 생활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서로 알려주고 배우기 시작했다. ‘생태 감수성을 위한 인문학’은 각자가 관심 있는 주제와 분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공정여행, 환경영화, 생태 드로잉, 텃밭 디자인 등 다양한 방식과 내용으로 농사와 자연 생태를 배웠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면서 배우는 ‘삶의 기술’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했다. 목공과 용접을 익혀서 탁자, 태양열 오븐기, 버드콜, 우체통, 화목난로 등을 만들었다. 맛있는 요리 또한 빠질 수 없지 않은가? 곤드레밥, 치킨, 수제 맥주, 초밥, 콩국수, 짜장면, 효소, 김장, 꽃차 만들기 등 다양한 음식 만드는 방법을 익히고 맛있게 먹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흙부대 생태화장실과 작은집을 지었다. 흙부대 생태화장실은 전국에서 시골살이에 관심 있는 10명의 청년들과 함께 2박3일 동안 흙을 양파망에 담아 만든 화장실이다. 작은집은 경량 목구조로 4명이 함께 도면을 그리고 자재를 구입해서 지었다.

동강을 방문하는 사회적 기업, 대안학교, NGO 등과 동강트레킹, 비전력캠핑, 화덕 만들기 등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들과 산에서 놀고먹는 어린이 자연놀이캠프, 완주 적정기술청년캠프, 제주평화축제, 강릉커피축제, 생태화장실 워크숍, 지리산 시골살이학교, 곡성 귀농귀촌 떼토크, 청송 적정기술캠프 등 곳곳에서 다양한 방법과 내용으로 활동하는 여러 지역의 청년들과 만나서 먹고 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만나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소통의 기술(퍼실리테이션)도 배우고, 폐광으로 활기를 잃은 정선 안경다리 탄광마을 주민들과 만나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먹고 살만한 마을을 만들지 같이 고민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한 대표적인 활동은 안경다리 탄광마을 엄마들의 고향밥상 이야기 ‘모락모락母樂母樂’사업이다. 안경다리 탄광마을은 정선군 신동읍 조동8리에 있다. 조동리는 함백광업소가 탄전을 개발하고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1970년대 인구가 급증한 광산촌이었다. 그러나 1993년 10월 함백광업소가 폐광되며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게 되었고 마을도 활기를 잃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마을의 지역자원조사를 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젊은날 광부로 살아온 이야기와 광부 아내의 애환을 인터뷰에 담고 오래된 앨범의 사진을 모아냈다. 그리고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날의 꿈과 추억 속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어 줄 ‘고향밥상’을 개발하여 출시하였고, 식사 후에는 안경다리 탄광마을의 이야기꾼, 이분순 할머니와 함께 마을을 돌아보는 ‘분순 투어’도 함께 상품으로 선보였다. 도시 청년들이 폐광으로 활기를 잃어가는 마을 주민들과 추억과 꿈을 그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마을 활성화 사업의 모델을 함께 제시한 소중한 실험이었다.

서로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자발적 에너지와 호기심이 배움을 이끌어냈다. 그날의 활동과 일정은 스스로 정하고,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은 함께 의논해서 해결했다. 제이는 공정여행, 날씨는 생태농업, 나무는 적정기술로 담당 분야를 두기는 했지만, 서로 협력하여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갔다. 먼저 도와달라고 이야기하지 못할 때에는 다른 친구가 도와줄 게 있는지 물어보는 협력적 관계가 만들어졌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챙겨 주는 마음은 어디서 나올까?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밥 먹고 놀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다. 또 다른 가족이라고 할까?
일이나 활동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이 더 중요하다. 일이나 활동은 대체로 나를 남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대체로 포장되고 검열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은 온전한 내가 그냥 ‘존재’하는 방식이다. 점심엔 된장찌개와 텃밭에서 수확한 쌈채를 먹고, 주말에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키득키득 웃고, 수제 맥주와 된장소스 치킨을 직접 만들어 먹고, 동강에 가서 물놀이를 하거나 낚시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해먹고, 나른한 오후엔 기타를 치거나 해먹에서 낮잠을 청하고, 도시 친구를 초대해서 즐겁게 떠들고 노래하고, 무와 배추를 심어 깍두기를 만들고… 일상에서 온전한 나로 사는 경험은 그 사람의 일과 활동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게 만든다. 행복한 개인이 점점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시골 생활에는 우선 독립적이며 쾌적한 생활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교육, 교통, 문화, 통신, 의료, 의식주 등 기본소득(생활비)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청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매우 벅찬 일이다. 청년공판장은 이러한 면에서 지역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주거 공간과 토지,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매달 지급되는 교육비 20만원을 지원하였고 하이원희망재단에서는 사회적경제 관련 아카데미와 지역자원조사 사업비를 지원하였다. 또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도 매달 110만원 내외의 활동비를 지원하여 시골생활에 필요한 목공, 용접, 집짓기 등 적정기술교육 운영을 도왔다.

누군가는 기본소득(생활비)과 주거 공간, 땅이 있으니까 할 수 있었고 그런 결과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을 왜 지역 혹은 사회에서는 시도해 보지 않을까? 우리는 1년의 시간 동안 남들이 해 보지 않은 실험을 했다. 청년들이 어떤 과정을 경험하고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계속 실험하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것들은 부족함 없이 지원되었다. 안정된 기본소득은 개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여건을 만들어 주었고 청년들의 관심과 활동은 개인에게 머물지 않고 이웃과 사회로 이어지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이렇듯 청년들과 지역-사회는 연결되었으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시했다. 이것으로 ‘청년공판장@동강’의 시즌 1이 마무리 되었다. 1년간의 실험이 끝나고, 날씨는 새로운 음반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있다. 제이는 덴마크 시민학교에 입학해서 공예, 미술을 배웠고 지금은 헝가리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나무는 2년 정도 함께 활동한 후 지금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나는 지금도 농사를 짓고 집을 지으며 여행을 다닌다.

시골에 살고픈 청년모임에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청년들의 시골살이를 위해 스스로 가꾸어 나갈 약간의 땅과 편히 쉴 수 있는 집 그리고 기본적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동료, 마중물이 될 마을의 선배와 주민, 단체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청년들을 위한 탄탄한 그물망, 플랫폼을 형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환경을 조성한다면 단조로운 시골마을이 청년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마을로 변화하리라 생각한다. 청년의 삶을 살리는 것이 곧 마을의 삶을 살리는 길이라 믿으며!

[본 기사는 재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