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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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판’을 위한 Before & After

2017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그 후

김정이 / 지식에너지연구소 대표, ’18.7月

2017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은 강원, 원주, 춘천문화재단이 함께 협력하여 추진하되 지역 실정에 맞춰 각각의 교육과정을 따로 설계하고 공동의 워크숍은 함께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된 사업이다. 2017년 해당 사업에 참여했고 현재 원주와 춘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이 추천되었고 이들을 통해 교육과정에 대한 회고와 더불어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과 생각을 갖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인터뷰 하였다.

젊은 사람들은 현재를 살아내기 위한 활력이 필요하고 지역은 미래를 만들어줄 젊은 사람들의 활력이 필요한데 지역은 점점 더 고령화 되어 과거로 치닫는다. 지역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한 젊은 사람들은 역동을 찾아 지역을 떠나고 지역은 더욱더 활력을 잃어간다.  이 같은 지역 상황에서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은 젊은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활력을 만들어내는, 완전히 새로운 엔진으로의 교체 과정이라 불릴 수 있는 유일한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가 2017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을 만나 과정 이수 후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정이: 문화기획과 관련한 본인들의 커리어패스(경력개발과정)는 어떠했는지 자기소개 차원에서 이야기 해달라.

이경하: 2017년 춘천 청년네트워크 활동 및 동네방네협동조합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 문화기획을 고민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활동을 하다 보니 전문성도 경험도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더 이쪽 분야를 기웃거린 것 같다. 춘천문화재단의 일당백 프로젝트, 청년협의체 활동을 했다. 특히 협의체 활동을 통한 인연으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컨퍼런스, 강원실버문화페스티벌, 평창 문화올림픽 등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문화올림픽에 참여하하면서 강원지역에 대한 로컬컨텐츠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지역적인 콘텐츠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춘천에서 문화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까지 참여했다. 현재는 춘천문화재단 아르숲 생활문화센터에서 지역문화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승준: 광고디자인과 문화기획 일을 공부했다. 원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 미디어 강사를 했고 그때 영상편집을 배웠다. G지대 프로젝트 1기 때 ‘청년쾌락‘ 기획단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기획활동을 하게 됐다. 미술(전시)기획 일도 해오고 있다. 지금은 청년쾌락을 총괄하고 있다.

김정이: 살아오면서 혹시 전환(Tipping Point)이라 할 정도로 삶에 영향을 준 사건이나 사람이 있는가?

이승준: 아버지가 인테리어 쪽 일을 하시고 엄마는 영화광이다. 5살 때부터 비디오샵에서 영화를 빌려봤다.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시각적인 일을 할 거란 느낌을 받았다. 중3 때 본 KBS다큐 ‘영국현대미술의 신화‘를 보고 아이디어 하나로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눈이 확 틔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술분야인 광고디자인과 문화기획을 전공했다. 대학 1년을 다니고 데미언 허스트의 ‘Natural History’ 시리즈의 작품을 보려고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에 갔는데 브라질에서 전시 중이라 전시를 볼 수 없다고 했다. 한국에서 데미안 허스트 작품을 보려고 온 것이라 얘기하니 겔러리스트가 따라오란다. 나를 수장고에 데리고 가서 데미안 허스트의 다른 작품을 보여줬다. 수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굶어 죽어도’ 미술, 전시기획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경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바다의 뚜껑>의 일상에 대한 회귀를 다루는 방법이 너무 좋았다.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낀 주인공이 자신의 고향인 한적한 바다에 내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팥빙수 가게를 하며 사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다. 그 당시에도 ‘일상성‘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하기 싫은 일을 해도‘ 미래를 알 수 없는 건 마찬가지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놓치지 않고 조금 더 정성스레 자신의 삶을 바라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시도했던 <일당백프로젝트>도 춘천의 일상 모습을 아카이빙 하는 작업이었다. 생활문화의 가치에 주목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이: 두 사람 모두 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살아갈 삶의 중심을 만나게 된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사람마다 삶에 영향을 끼친 무엇이 조금씩 다르더라. 나는 주로 인생의 전환에 늘 책과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무엇이 되었건 살아갈 방향과 중심을 고민하게 해준 무언가와 조우했다는 건 아주 행운에 가까운 사건이다. 두 사람 모두에게 어떤 단단한 삶의 의지 같은 것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두 사람 모두 경이로운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2017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

이경하: 문화기획 분야에 실무적, 행정적인 부분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없다. 보통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미숙함을 벗게 된다. 교육과정을 통해 프로젝트의 기획안 작성부터 PT, 집행, 실행, 정산 등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참여하게 된 이유다. 교육프로그램이 형식적인 것이 많은데 프로젝트 실패에 대한 위험부담을 덜고 멘토링을 받으며 부족한 점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실무과정에서 부딪히는 일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이다.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협업이 다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보는 등 여러모로 의미 있고 재미있었다.

이승준: 이 사업은 강좌를 들은 후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과정이었다. 나는 강좌를 듣는 것보다는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서 미술 작가들과 일하거나 전시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참여를 결심했다. 강좌에 대해서는 이미 유사한 강의를 많이 접한 터라 신선하진 않았다. 문화기획으로 유명한 분들의 이야기는 교육이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행사에서 세 번 이상 들은 듯하다.

김정이: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 이후 현장 일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무엇인가?

이경하:난 내향적, 내성적인 성격이다. 사람들과 잘 마주하고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런 걸 잘하지 못한다.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다. 실행과 행정의 간극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 기획도, 실행도 어렵지만 행정적 이유로 업무추진이 막혀서 일이 느려질 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승준: 수업을 들을 때 좋은 사례 위주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막상 현장에 가면 복잡한 상황이 더 많다. 좋은 사례가 창출되기까지 알아야 할 너무나 많은 과정이 있으나 교육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생략된다. 처음도 좋고 마지막도 좋을 수 있는데 중간을 너무 많이 생략한 느낌이다. 그래서 추상적이다. 실제의 문화기획 일은 마치 히말라야 등반 같다고 느껴지는데 교육과정에서는 히말라야 깃발 꽂은 것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

김정이: 삶에 영향을 주는 문화기획 분야 롤 모델이 있는가?

이경하: 일을 하면 할수록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장점이 있다. 누구는 기획서를 잘 쓰고 누구는 실행력이 대단하고 누구는 연출을 잘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각자의 장점이 있다. 아직 많은 것을 채워 나가야하는 초심자로써 누구를 콕 집기엔 배울게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이승준: 롤모델은 아니지만 컬렉터 가고시안이 행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작품을 눈으로 안사고 귀로 산다. 그가 전화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구매를 결정한다. 그는 매우 부자다. 컬렉터가 작가보다 잘살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깼다. 그런 점이 재미있다.

김정이: 문화기획자로 살아가는 데 배움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있는,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어느 정도 수준이며 어떤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제공되어야 하는 배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경하: 문화기획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질수록 시야가 트인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사진을 취미로 조금 찍어봤다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사진 찍는 과정에 대한 경험은 사진 전시 관람을 할 때 도움이 된다. 사진에 대한 나의 관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끊임없는 배움이 필요하다. 춘천문화재단에서는 직원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교육시간이 있다. 주로 강의형이 많다. 때로는 강의형보다 워크숍과 같은 실질적인 배움의 과정도 필요하다. 문화기획은 현장에서 이루어지기에 실제 해당지역을 자료조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과정도 필요하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스터디투어나 워크숍 등을 통해 공간의 특성은 무엇이고 프로그램 구성의 특징이 무언지 배울 수도 있다. 때로는 ‘쉬는 시간’ 역시 중요한 것 같다. 휴식하는 동안에 습득한 지식들이 소화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인풋만이 답은 아니다. 휴식이 없다면 체화되지 못한 채 흘려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에 매몰된다는 표현이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이승준: 공부는 중요하고 매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루하루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아 하루가 늘 벅차다. 그러나 배움이야말로 기초와 기본을 잡아주는 유일한 방법이고 기초와 기본은 내가 가야할 방향과 가치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젊은 작가와 콜렉터를 위한 일이긴 한데, 자생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돈만 생각하는 게 아닌지, 가치와 철학적 부분들에 대해 간과하는 건 아닌지,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된다. 미술사 공부, 미술시장에 대한 공부, 갤러리 탐방 등 할 일이 정말 많으나 혼자 일을 하니 힘들다.

김정이: 어떤 문화기획 판을 꿈꾸는지 궁금하다.

이경하:개인적으로는 늘 일상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데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문화기획 판에 대한 소비는 원활하지 않다. 시민들이 소비할 능력이 안 되는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문화적인 소비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일상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적어도 문화소비를 하기 충분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스미디어(mass media)에 대한 소비 이외의 것들, 특히 현지에서 일어나는 지역의 문화기획 프로젝트에 눈을 돌릴 수 있길 바란다.

이승준: 젊은 사람의 능력을 좀 비싸게 사는 잠재적 가능성에 투자할 수 있는 판이 갖춰지면 좋겠다. 기득권을 가진 분들은 40~50대 중년들로 그들은 이미 해볼 거를 다 해본 터라 새로운 걸 해보기 어려운 조건이다. 젊은 사람들과 같이 하거나 젊은 사람들을 훔치거나 빌릴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만 보기보다 잠재적 가능성과 아이디어를 보고 투자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한때 단색화 열풍이 불었는데 젊은 작가들은 발굴되지 않았다. 영향력을 가질 수 없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시장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 젊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필요가 있다. 젊은 작가에게 높게 가격을 쳐주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데는 기득권들에게 들이는 돈의 반의반도 안 된다. 젊은 작가들의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통해 예술적 역량을 키워, 시장성을 확보하는 게 건강한 판이라 생각한다.  

김정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경하: 의외로 문화기획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내 경우 대학 때 우연히 문화 프로젝트 공간들을 알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문화기획과 관련한 분야를 소개하는 대중적인 매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것만 소개될 뿐 새로운 것을 알려주는 매체 자체가 없다. 좋은 콘텐츠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려지고 소개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분명 필요한 것 같다.

김정이: 춘천도 지역 자체 콘텐츠보다 오히려 서울의 문화콘텐츠나 패턴이 더 빨리 알려지는가?

이경하 : 그렇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좋아하는데 사진전을 보려고 해도 서울이 좋은 전시가 더 자주 더 많이 진행된다. 큰 자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럼 지역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것을 고민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대중성을 겸비해야겠지만 지역성이 돋보이는 볼거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이승준: 20~30대 작가 중 한 작품이 백억을 호가하는 작가 두세 명을 만들어 내고 싶다. 그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에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 꼭 한번 해고 싶다.

인터뷰를 마치며 겨우 20대 중반인 젊은 사람들과 이렇게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들은 현재 아주 담담하게 본인들의 가치와 철학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중이며 현재의 바쁘고 복잡한 일들은 ‘살아내는 일’의 결이 된다. 분명한 건 이들이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양성’된 존재들은 아니란 점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은 지역문화의 전문 인력이 될 충분한 자질의 젊은이를 모아내고, 엮고, 스스로의 세계를 그려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건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지역의 새로운 엔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인터뷰를 진중하게 읽어보고 그들이 꿈꾸는 ‘판’을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도울지에 대한 고민만이 필요한 듯하다.

[본 기사는 재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