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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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미리터리TV!

문화군화로 소통하다!

글 / 한나리, 사진 / 김희경·길광수, ’16.8月

"육군 제2보병사단 화랑대대의 생생한 문화군화 현장 중계를 시작합니다! 멋진 국군장병들의 신나는 문화점령작전! 5, 4, 3, 2, 1! 스타트!"

<리듬전사> 방

전투체육하는 월요일! 다른 부대였으면 연병장에서 축구하기 바쁠 시간에 이 부대 장병들은 북채를 쥐고 단체로 난타를 배우고 있다?! 2사단 화랑대대는 1군사령부 예하 수많은 대대 중 딱 두 곳 뿐인 문화군화 선정 대대. 덕분에 이 수업을 신청한 장병들은 매주 아리따운 전문 강사님으로부터 난타수업을 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포성만큼 우렁차게 북소리를 퍼뜨리며 스트레스 팍팍 풀어버리는 리듬전사들. 문화군화 수업시간에 쌓은 실력은 부대개방행사와 지역 축제 때 200% 발휘할 예정!

<즐거운 생활> 방

기타소리가 울려퍼지는 이 방은 문화군화 기타교습소. 수강생 수가 적지 않은데 모든 장병이 통기타를 한 대씩 가지고 수업을 받고 있다. 사실 문화군화를 신청하기 전에 이 부대에선 단 8개 뿐인 통기타를 가지고 동아리를 운영해보고자 시도했었다는 사실. 의지는 확고했으나 악기 부족과 멘토 역할을 할 실력자들의 전역으로 동아리의 꿈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지는 법! 문화군화 선정을 통해 수십 명의 장병들이 전문 강사에게 기타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조별로 연주 대결 통해 음료수 내기를 하는 건 기타 수업 장병들만의 큰 즐거움!

소총을 잡을 땐 계급장 달고! 기타를 잡을 땐 계급장 떼고! - 노도가수 이기선 준위
나는 기타랑 동반입대 - 전우가기타 채성한 상병

<한석봉의 후예> 방

부대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서 수양록이라도 쓰나 했더니, 웬걸! 각 잡힌 군인의 손끝에서 부드러운 곡선이 꽃이름이 되어 피어나고 있다. 여기는 글씨를 그리는 예술, 캘리그라피 수업 현장. 수업 초기에 직선 긋기를 반복할 땐 지루함을 못 감췄다는 장병들이, 지금은 가슴에 품어온 아름다운 시 구절을 꺼내기도 하고 여자친구에게 보낼 특별한 연애편지를 작성하기도 한다. 손이 베일 듯한 칼각, 여기서만큼은 넣어둬~넣어둬~!

군대 와서 스킬 랩업! 나만의 캘리 라떼아트 기대해 - 바리스타 배동호 일병

<환상의 M.S.G(magic sence guy)> 방

부대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트럼프 카드를 만질 수 있는 곳, 바로 마술 수업 현장이다. 카지노 딜러처럼 멋지게 카드들을 나열하는 손기술, 카드의 탄력을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튕기는 비결, 보는 이의 시선을 강탈하는 그럴싸한 포즈까지! 소개팅 자리에서 여심을 저격할 수 있는 온갖 노하우를 마술 강사가 아낌없이 공개해 주고 있다. 평소 군대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실 숨겨왔던 끼가 가슴 속에서 불끈불끈 댔을 무대체질 장병들, 이 순간만큼은 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휴가 때 조카들한테 마술 보여줬더니 날 향한 눈빛이 완전 리스펙트 - 조카사랑 김영훈 일병
마술은 유일하게 군대에서 허락된 속임수 - 마술홀릭 현동근 일병

전혁필 대대장 : 우리 부대는 매주 월요일마다 오전에 정신교육을 하고 오후에 전투체육을 합니다. 예전엔 전투체육이라고 하면 무조건 축구였지만, 요즘 신세대 장병들은 취미도 취향도 다양하잖아요? 장병들 각자에게 안성맞춤인 활동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습니다. 문화군화 프로그램을 하면 4개의 포대가 서로 섞이면서 타부대원과도 얼굴을 마주할 수 있고 선후임 관계도 유연해질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 전우애가 견고해지니까 군대가 SOFT를 통해 더욱 STRONG해지는 겁니다.

김준엽 정훈장교 : 남들처럼 운동을 하지도 않고 딱히 종교 활동도 하지 않는 병사가 있어 하루는 “넌 취미가 뭐냐?”라고 물었더니 “취미 없습니다. 그냥 잡니다.”라고 대답하더군요. 혈기왕성한 20대에 이런 무기력한 답변이 나온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 꼭 취미를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문화군화에 선정된 후, 지금 그 병사는 다른 병사들과 대화도 많이 늘고 자신감도 붙어서 수업에 무척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월요일만큼은 병사들을 터치하지 않습니다. 월요일을 투자하면 더 힘차게 훈련하는 4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또 하나의 문화군화 대대, 육군 제12사단 51연대 박철원대대의 아티스틱한 토요일 중계방송이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많은 시청 바랍니다. 5, 4, 3, 2, 1! 스타트!"

<우리부대 찰칵!> 방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아침... 졸린 눈 비비고 비몽사몽댈 때는 언제고, 목 빠져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스마트 폰?! 최전선 경계근무가 제1임무인 전투전초 용사들이 좌우전방 경계는커녕, 빗줄기에 하늘거리는 보랏빛 앵초를 앵글에 담고자 큰 몸을 요리틀고 조리틀고 한다면 믿으시겠는가? 이곳 이 시간만큼은 가능하다! 왜냐? 문화군화 선정 대대니까! 깊은 밤 꿈에서나 만져봄직한 스마트 폰이 이 손안에 있다니 얼마나 감개무량한 일인가. 그 뿐이랴, 햇볕 좋은 화창한 날이면 강사님과 함께 요 앞 동산으로 출사도 나간다고. 비록 전화 불능, 인터넷 불허, 까톡 불가지만 앵초를 폰에 담는 순간만큼은 세상 행복하다

전역하기 전 대대장님과 셀카 한번 꼭 찍고 싶습니다! - 셀기꾼 안광덕 상병
토요일 아침이면 LTE급으로 눈이 떠집니다! - 김진수 상병

<리듬전사> 방

방 한 켠 난타랑 북채는 쌓여있는데 정작 모인 용사들은 딸랑 네 명? 왜 이리 수업 참여도가 낮냐 물으니 오늘 특히나 휴가 나간 용사가 많다고. 그도 그럴 것이 박철원대대의 문화군화 수업시간표는 일과시간 이외인 토요일 아침 시간. 전찬성 난타 강사 왈, 훈련이나 휴가 나간 용사들이 몇 빠지면 그렇게 맘이 휑할 수가 없다고... 소수정예면 어떠하리! 모포 속 뒹굴고 싶은 토요일 아침, 수업에 와주었다는 것이 그저 기특할 뿐. 의지 불끈, 북채 쥐어 잡고 다같이 “허이~!!! 얍!”

중대장님이 참여하는 날엔 그 중대 참여율 200프로!”- 난타 강사 전찬성
난타...12월에 전역하면 전문적으로 배월 볼 생각 - 곧 제대 윤형욱 상병

<한석봉의 후예> 방

숨소리 하나 없이 정자세로 붓글씨에 집중하고 있는 까까머리 용사들. 숨은 쉬나 물어봤더니 다행히 “예..”하고 멋쩍은 웃음만 보인다.
쪼르르 나란히 앉은 세 명의 용사들에게 말 붙여보니 같은 소대 소대원들이라고. 비록 가위바위보에 져서 온 셋이지만 다음 주에도 꼭 손 붙잡고 올 거란다! 등 떠밀려 왔음 어떠하리. 이렇게 재밌는 걸. 붓글씨에 재주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는 안호일 이병. 뭘 쓰나 보니 다름 아닌 ‘휴가까지 4일 남았다’ 웃지 마라, 그는 궁서체다!

수요일에 휴가 나가요 - 리틀 한석봉 안호일 이병

이득렬 정훈장교 : 우리 대대는 7~8개월 단위로 이동합니다. GOP로 교대 투입되는 거죠. 문화군화를 신청하며 바란 건 딱 하나였어요. 용사들이 GOP에 가서도 업무시간 외 개인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 요즘도 가끔 일과 후 교회에서 기타를 튕기는 용사를 보면 맘이 뿌듯합니다. 참, 예상 외로 거둔 효과도 있어요. 문화군화는 용사뿐 아니라 간부도 함께 참여하는데 그들 사이에 벽이 허물어졌단 겁니다. 아시다시피 군대는 신분과 계급질서가 철저해요. 토요일 오전, 잠깐의 문화예술시간이 계급 간 갈등을 완화하고 화합의 역할을 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문화군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통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문화군화 주강사 (주)퐝타스틱 이혜정 대표 : 어느 부대를 돌아다녀도 똑같아요.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말을 안 해요. 처음엔 친해지려고 카드게임도 가르쳐주고 간식도 사가고 했는데... 이젠 이 친구들 특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니 합니다 (웃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쭈뼛대기만 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체 왜 왔을까’ 싶다가도 다음 주에 또 나오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요. 한번은 식당에서 돌 공예 수업을 했는데, 취사병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관심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잠깐 함께 했는데, 무척이나 좋아하더라고요. 무쇠 같은 손으로 돌맹이에 꽃도 그리고 구름도 그리고. 행복해보였어요. 그런 게 아닐까요? 사회 나가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 크레페를 잠시 한입 맛보는 느낌. 달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