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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서 한 목소리” 지역+예술+교육

컨설턴트 / 고영직·김지나, 운영단체 / 김은수·이혜정, ’16.12月

네 사람이 앉아 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컨설턴트 입장에서 자리에 앉아있는 고영직 문학평론가와 촉각예술센터 김지나 소장. 그리고 운영단체 입장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창작마을 궁리’ 김은수 대표와 ‘문화강대국’ 이혜정 국악 싱어송라이터. 지역 사회의 다양한 계층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이들과 이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이들의 꾸밈없는 돌직구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 네 사람이지만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에 한 사람의 말처럼 표현합니다.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니까 지역을 화두를 꺼내보자. ‘지역은 00이다’라는 표현은 너무 흔하니까 반대로 ‘지역은 00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화두로 꺼내보자.

“춘천은 문화예술의 도시가 아니다”

상당히 센 화두인데, 많은 사람들이 춘천을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리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춘천을 문화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라고 생각하는 건 가끔씩 여행 오는 외부자들의 생각이고, 이곳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들은 그렇게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춘천을 그렇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은 곧 사람”이다. 단순히 지리적 개념의 공간을 말하자는 게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성격과 삶의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에서이다. 춘천이 문화예술의 도시, 낭만의 도시가 되려면 춘천 사람들이 문화예술로 행복을 느끼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 이혜정

지역 주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의 기준은 예술성에 있지 않다.부산에서 열린 생활문화공동체 세미나에서 8년째 구례 지역에서 진행하는 장수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은 초기에는 예술가(단체) 위주로 구성되었지만, 점점 자기 성장과 진화를 거듭해오면서 지금은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선정되고 성과 또한 높더라. 지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단체들은 지원사업 구조 바깥에 있는 단체이거나, 예술가 위주 단체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단체들이 더 많다. 전문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친밀하게 소통하며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하는 것이 결국 오래가게 된다는 것이다. - 고영직
그런데 이것은 문화예술단체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어렵다. 지역 주민 역시 마음을 열어야 한다. 춘천은 ‘문화 사대주의’가 심한 지역이다. 인지도가 높아야만 훌륭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티켓 판매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명인이 오면 아무리 비싸도 티켓이 잘 팔린다. 하지만 지역 문화예술 공연, 창작 공연의 경우 초대권이 있을 때에나 관람하지 자기 돈 들여 표를 구매하는 걸 아깝다고 여긴다. 지역 스스로 자기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같은 문화예술단체들은 늘 좌절감과 배신감을 갖곤 한다.
물론 지역 주민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단체(문화강대국)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때마침 모 특수학교에서 공연 섭외가 들어왔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리 교육생들 공연을 제안했더니 단박에 거절하더라. “우리가 공연 섭외를 하는 건 우리를 위해서지 다른 장애인을 보고 싶어서가 아닙니다”라는 게 그 이유였다. 참 답답하다. 모두가 그런 마인드라면 그 학교 학생들 역시 세상 어떤 무대에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 이혜정

춘천 지역의 문화예술을 신뢰하지 않는 춘천, 그래서 문화예술의 도시가 되지 못하고 있는 춘천,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게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다. 하지만 일단 ‘지역특성화’라는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보자. 설령 뚜렷한 지역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 한 명, 한 명의 ‘개별성(個別性)’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역특성화라는 말로 각자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격을 획일화하려는 시도는 무척 위험하다. 또 ‘지역특성화’라는 말에서 지역의 특정한 역사적 유산과 연계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사연들과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서로 소통을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지역특성화’라는 말이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오히려 흐리는 것 아닌가 싶다. - 고영직

우리 단체(창작마을궁리)에선 중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했는데, 음악교육이라고 해서 꼭 음악만 하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그랬다. ‘내가 예술대학처럼 하이퀄리티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었나? 난 무엇을 위해 어렸을 적부터 레슨을 받고 작품을 해온 걸까? 관객이든 교육생이든 나의 예술은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 마음을 풀게 하고 눈빛 하나하나를 읽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수업에 바느질도 넣어보고, 춤도 넣어보고, 좀 더 융통성 있고 숨 쉴 틈 있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했다. 다양한 강사들을 참여시키면서 사람에 대한 접근을 좀 더 폭넓게 하고자 한 노력은 교육생들도 나도 함께 행복하게 했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표현이 서툴고 내면을 절대 드러내지 않는 중년 남성들이 의외로 재밌어하는 표정은 꽤나 감동적이었다. 매개자들을 재(再)매개하는 방법, 이는 문화예술교육이 상투화된 우리나라 교육방식을 뛰어넘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 김은수

그런데 문화예술단체의 교육이 전형적인 한국의 교육방식, 즉 학교 교육과 다를 바 없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역설적으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사업의 ‘평가’ 시스템이다.컨설턴트 입장에서 독하게 얘기하자면,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프로그램을 진행한 단체들보다 1~2인이 움직이는 파견예술강사사업, 오히려 지원사업에서 탈락해 지원을 받지 않는 단체들의 교육 모습이 훨씬 더 훌륭했다. 콕 집어 말해 지원을 받을수록 문화예술교육의 질(質)이 떨어지는 현상이 감지된다. ‘지원받아 이뤄낸 결과물을 보고해야 한다’는 성과주의의 압박을 강사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통해 평가하는 현재 방식은 곧 문화예술교육단체 평가가 교육생들의 실력에 달렸다는 얘기가 된다. 교육생 개개인의 특성은 다르다. ‘어떤 대상을 데려다놔도 1년 안에 모두 이 수준의 기술을 익힌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을 교육생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미처 안 됐더라도 여태까지 배운 것으로 결과발표를 하는 게 맞고,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함께 보고 평가하는 게 맞다. ‘성과’를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스토리(story)’를 들려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우리가 지금까지 어떤 여정을 밟아왔고, 현재 어디에 도착해 있는지, 그걸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성과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지나

문화예술교육단체 스스로도 자기성장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은 ‘티칭’이 아니라 ‘러닝’이다. 선생님 역시 스스로 깨닫고 느끼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사들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 교육자의 자격은 가르치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교육생들의 개별성을 문화예술을 통해 꽃피우게 하면서-당연히 그 결과는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니 강사조차 예측할 수 없다- 그들을 통해 배우는 것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배우는 것들, 그 목표하는 바가 왜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면서 배우는 것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수학문제 풀이가 아니라 문화예술 아닌가.
또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성장을 위해 단체와 단체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 잘하는 단체가 부족한 단체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개념보다는, 다양한 여러 단체들이 마치 지금 이 자리처럼 모여서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빈번해졌으면 한다. 춘천이면 춘천, 원주면 원주…, 이렇게 사업이 권역별로 나뉘어 있는데, 춘천의 단체들도 원주의 단체들도 모두 한데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 파티를 재단이 앞장서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문화예술은 곧 관계이고 소통이다. 재단(센터)은 단체들이 혼자 고민하지 않고 나눌 수 있도록 멍석을 잘 깔아주면 되고, 고민을 함께 나누면 된다. - 고영직

두 시간의 간담회가 끝나갈 무렵, 네 사람은 지역과 예술과 교육을 연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이미 찾아낸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단 관계자들에게 함께 소통하자는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독한 진단을 하고, 가혹한 자체 진단을 하는 목소리에 밝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였으리라. 이들의 소망처럼 지역과 예술과 교육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춘천은 진정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강원도는 강원도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김지나 / 촉각예술센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선정 단체들의 프로그램 운영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컨설턴트하고, ‘지속성장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했다.

고영직 / 문화평론가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선정 단체들의 프로그램 운영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컨설턴트했다.

김은수 / 창작마을 궁리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 -마마스&파파스 합창단”을 운영했다.

이혜정 / 문화강대국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장애인 예술교육프로그램 - 우리가 만드는 리듬팡팡!!”을 운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