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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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전히 성장을 꿈꾸는 '어른친구'

인생나눔교실 이영미, 이종훈 튜터

남은정 / 기획자, 프로젝트 궁리 대표, ’17.6月

우리는 언제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의 신체적 능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감퇴하고, 배움의 속도 역시 그즈음부터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생나눔교실을 통해 만난 이영미, 이종훈 튜터는 인터뷰 내내 변화와 성장을 강조한다. 멘티가 되는 어린이, 청소년과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멘토 역시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생나눔교실을 무대로 쓴 성장소설은 어떤 내용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인생나눔교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이종훈 : 저는 트럼펫 연주자로 무대에서 연주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지역에서 협회 일과 기획도 한다. 사업 첫해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지인 소개로 호기심에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인생이 달라지고 수업방식이 달라졌다. 3년 차인 올해는 이 사업을 사랑하게 되었다. 얼마나 더 변화될지 기대가 많이 된다.

이영미 : 운동선수로서 40대까지 국제대회에 직접 나갔고 아이들 지도도 했다. 지금은 교육청에서 초등학생부터 상담교사까지 상담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 사업이 TV에 소개되는 것을 보고 직접 멘토에 지원했다. 워낙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고 교육과 상담의 경험이 있어서 잘 적응한 것 같다. 먼 거리를 움직이는 데도 피곤하고 힘들기보다는 즐겁다. 멘토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다. (웃음)

인생나눔교실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아니라 멘토와 멘티가 있다. 특히 그 사이에 튜터의 역할이 궁금하다.

이영미 : 멘토들은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자 자발적으로 의욕 넘치게 참여한 분들이다. 그런데 멘티는 비자발적인 경우가 많다. 군부대에서 처음 멘토링할 때 물어보면 80% 이상은 끌려왔다고 표현한다. 튜터는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그런 갭을 줄이고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조력자, 매니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종훈 :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은 연료가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엔진의 마찰력이나 저항을 줄여주는 윤활유가 있어야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인생나눔교실에서 튜터는 전반적인 분위기와 흐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소통되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이다. 구체적으로는 기관과 사전 조율을 하고, 멘토와 수업을 같이 의논하며 좋은 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멘티의 반응을 살피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멘토와 소모임을 갖고 고쳐나간다.

그렇다면 수업 방식도 일반적인 그것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다.

이영미 : 티칭과 코칭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인생나눔교실에서는 자기 스스로 꿈을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함께 돕는다. 지식을 전달하고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방향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한다. ‘어른 친구’가 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종훈 : 멘토링은 가르치고 배우는 수업이 아니다. 부족해서 멘티, 풍부해서 멘토가 아니라 같이 성장하고 같이 변화하고 같이 배우는 관계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짐으로써 방식도 달라지는 것인가? 구체적인 변화의 지점이 궁금하다.

이영미 :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멘티를 존중하고 인정한다. 경험을 나눈다고 하지만 멘토 역시 완벽하진 않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걸어온 길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나도 처음엔 강의를 해야 하나, 상담을 해야 하나 의욕이 넘쳤었다. 그런데 2년 차부터는 어떻게 호흡해야 할지가 보였고, 3년 차인 올해는 튜터로서 전체적인 조율을 하게 되었다.

이종훈 : 아이들이 어수선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는 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못 느껴서 그런 거다. 나 역시 마음이 아플 때 그것을 다독이고 신경 써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멘토가 알아차리면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다. 다른 선생님들과 달리 진정성을 갖고 대하는 멘토를 만나면서 그걸 스스로 느끼고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자주 본다.

이영미 : 운동했던 경험으로 보면, 가족이 관중석에 있으면 평소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발휘한다. 그것이 응원의 힘이다. 멘티에게 관심을 주고 인정을 받으면 스스로 뭔가 발견하고 꿈을 가지게 된다. 멘토도 또한 내 삶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하고 성찰하게 된다. 지금은 일대 다수라서 강의식 수업도 병행되지만, 앞으로 멘토가 늘어난다면 멘토링이 더 자리 잡힐 수 있을 것 같다.

멘토와 멘티 간의 활동을 관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튜터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이영미 : 더딘 변화에도 조바심내지 말고 기다려줄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한, 있는 그대로 모습을 인정하고 편견 없이 바라봐주면 어떨까 싶다.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어눌하더라도 진실한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 시간만큼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살피고 끌어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방법은 멘토와 튜터가 함께 만들어 가면 된다. 멘토는 자기 모습을 못 보니까 튜터가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이종훈 :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오는데, 그것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도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잖나. 인생나눔교실 역시 계속 기도하는 마음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멘티에게 필요한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줘야 한다. ‘수업’, ‘교실’이라면서 가르치지 말라니 당황하는 멘토들도 많았다. 수업을 재밌게 하자는 얘기에 반발도 있었다. 딴따라도 아니고 왜 그래야 하냐고. (웃음) 칠판에 쓰고 받아 적고 외우는 교육을 하다가 갑자기 방식을 전환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이영미 : 저도 처음에 의아했다. 재밌게 할 거면 레크레이션 강사를 뽑지 왜 우리를 뽑았나 불만이 있었다. (웃음) 그런데 현장에서 멘티들의 반응을 보고 조금씩 방향이 잡혀갔다. 멘토는 각자 분야의 전문가니까 기본적인 소양을 충분히 발현할 수 있겠지만, 처음부터 멘토링 전문가는 아니다. 멘티의 생각을 이해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그 수업이, 대화가, 재미있겠나?

지난 2년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을 것 같다.

이영미 : 군부대에서 인생나눔교실을 다 끝냈는데, 담당했던 정훈장교에게서 자기도 상사와 사병 사이에서 부딪침도 많고 슬럼프가 온 것 같다며 멘토링을 해줄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따로 만나 차도 마시고 얘기를 했었다. 꼭 장병들뿐 아니라 장교들에도 기회를 열어둘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훈 : 화천에 있는 포병대대에서 있었던 일이다. 도움배려병사들이 많아서 참여가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수업 도중에 멘토가 같이 연극을 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연극이 낯설어 당황스러워했는데, 연습하는 동안 너무 달라져 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시간까지 대사도 못 외우던 친구가 술술 외더라. 맡은 역할을 해내야겠다는 책임감 때문에 근무 서면서도 대본 들고 외웠을 거 아닌가. 제 사비를 털어 통닭을 샀다. 연말에 부대에서 <햄릿> 공연을 했다. 연극 무대를 보는 내내 가슴이 벅차더라.

이영미 : 멘티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아까울 게 없다. (웃음)

인생나눔교실은 전국적인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과 다른 강원도만의 특색이 있을까?

이종훈 : 감자바위라는 말이 있지 않나. 멘토들이 투명하고 솔직하고 속내를 숨기지 못한다. 멘토가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순수해서인지, 사업에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다. (웃음)

이영미 : 군부대 수요도 다른 지역보다 많고, 멘토링 이동 거리도 전국 최고일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다 써야 할 정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서 그날 이동 거리가 평소 멘토링 편도 이동 거리라고 해도 실감을 잘 못하더라. 멀게는 하루 300km 이상 움직이기도 한다.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웃음)

앞으로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영미 : 처음엔 8회차로 한 기관에 한 번 방문하다 보니 멘티 이름을 외울 수도 없었다. 2년 차엔 10회차, 3년 차엔 13회차로 늘어나며 사업적인 변화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멘토링 효과와 멘토 역량을 높이는 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3년 차로 접어들면서 콘텐츠가 다양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현장에 맞는 프로그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신 전문가 멘토들이 많아지고 폭넓게 활용되면 좋겠다.

이종훈 : 멘토-튜터 회의에서도 얘기했는데, 나훈아는 30년째 같은 노래를 해도 늘 새롭게 박수치고 좋아하는 관객이 있다. 다양한 교안이 많으면 선생님들이 응용하는데 수월하겠지만, 멘티들은 계속 바뀐다. 프로그램이 변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두 분께 ‘인생을 나눈다’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이영미 : 나로 인해 누군가가 변화된다는 것만큼 기대되고 설레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은 없다. 인생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 조심성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나를 바로잡고 끈을 다시 매야 하는 것이다. 앞에 서 있는 나를 먼저 추스르는 일을 해야 한다.

이종훈 : ‘인생은 60부터’라고 하는데, 나에겐 인생나눔교실을 만나면서부터다. 이 사업에 참여한 후부터 가족을 대하는 마음가짐조차 달라졌다. 짧은 공연을 하더라도 관객이 만족하는 박수를 듣고 싶어서 한여름에 통가죽으로 된 강아지 가면을 쓰고 트럼펫을 연주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관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기뻤다. 나누니까 채워지는 것이 있다.

이영미 : 강릉교육지원청 사이버폭력예방강사, 한국여성의전화 폭력예방전문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릉시 배드민턴협회에서 최근까지 선수로도 활동했다. 2015년부터 인생나눔교실 멘토로 참여했고, 올해는 튜터로서 폭넓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훈 : 철원에서 트럼펫 연주자이자 공연기획자, 문화예술교육자로 다양한 활동하고 있다. 한국예총 철원지부에서 행정과 사무를 맡고 있으며, 관내 초중등학교 관악기 지도 강사로도 일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인생나눔교실 튜터로 참여하고 있다.

<인생나눔교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강원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주관하여 선배 세대(멘토)와 새내기 세대(멘티)가 삶의 경험과 지혜를 인문적 소통을 통하여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