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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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리 예술단 '예술秀다'

2017 문화예술교육 기획지원사업 "예술감, 上"

김은화 / 꿈틀문화예술협동조합, ’17.11月

‘예술감, 上’은 우리네 이웃들과 예술가로서의 삶과 전통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노가리는 말린 명태치어로 술안주나 밑반찬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수다를 떠는 것의 속어로도 사용되는 말이다. 동해를 끼고 살아온 사람들과 깊이 관련된 말, 그리고 그 안에서 수다로 풀고 싶은 우리의 마음을 담아 '노가리예술단-예술秀다'로 프로그램명을 정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야금 김화옥, 타악 최윤정, 전통회화 김은화 나름 예술을 하고, 예술교육을 해온 중년의 세 여자의 수다가 시작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맥주와 노가리 안주를 앞에 놓고 “지금까지 예술을 하는 이유가 뭘까?”라고 묻는다. 세 여자는 10대, 20대, 30대, 예술과 함께 지나온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각기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공통된 이야기는 과정이 쉽지 않음이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다들 행복하다고 한다. 예술로서 삶을 극복했기 때문이라나. 다시 태어나도 예술가의 길을 선택할 것이란다. 여운이 많이 남는 짧은 시간은 나에 대해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나는 어린시절 자존감이 낮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부끄럼 대장, 울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존재감 없는 아이였다. 지금의 나의 모습, 어떤 일이든 솔선하여 앞에 나서서 진진행하는, 어릴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나를 만들어 준 원동력이 예술이다. 이는 나만의 경험이 아니다. 예술은 단순히 표현하고 감상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도 큰 영향을 주는 힘이 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들 모두는 예술을 통해 스스로를 극복해 내는 힘을 얻었다.

첫 수다는 타악 전공인 최윤정 선생님의 두둥! 내 인생을 두드인 打(타), 打樂(타락)이다.
“여러분 장구 치는 사람을 왜 반주자라고 할까요? 차별 아닙니까? 똑같이 연주했는데 누군 연주자고 누군 반주자고, 쪽같이 가정을 이끌어가는 데 누군 가장이고, 누군 마누라고…. 두둥! 그럼 지금부터 서러운 반주자의 인생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반주자와 마누라의 공통점?”
“맨날 일해도 티 안난다.”
“한번 잘 못했더니 욕바가지”
이렇게 시작된 수다는 국악을 시작한 계기에서 시작에서 스스로의 삶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야기 중간 중간, 관객도 타악을 연주 해보기도 한다.
“타악이 반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주가 있죠! 한번 들어 보시겠습니까?”
설장고 연주를 시작한다.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나! 라고 이야기 하는 듯 했다.
“반주자이기도 하지만, 때론 연주자가 되기도 하는 장고 연주자, 마누라이지만, 때론 가장의 역할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이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이 말과 함께 마지막 연주를 한다.
“이 좋은 가을 나만을 위한 공연장에 온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하다.” 라는 이야기를 남기며 공연은 마무리되었다

두 번째 수다는 김화옥 선생님의 야금야금 가야금 사랑이다.
수다는 가야금 연주를 들으며 연상된 사진 한 장을 고르면서 시작된다.
함께한 사람들은 서로 사진을 선택한 이유를 이야기하고 가야금 이야기로 풀어간다. 산조 가야금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꽃을 닮았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수선화, 모란, 백약 수많은 꽃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자유롭게 연주를 들으며 어떤 연주법이 사용되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돌아가면서 연주해 본다.
연주자는 정악은 “어떤 색깔의 음악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정악가야금 연주를 시작한다.
“똑 같은 가야금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어요.”
“이렇게 짧게라도 직접 만지고 듣고 보면서 체험해보니 우리 음악이 정말 멋지네요.”

세 번째 수다는 전통회화를 하고 있는 김은화 바로 나의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대도, 전시장도 아닌 나의 작업실에서, 함께한 사람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내가 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한 이유, 그림 그리면서 행복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위로가 되었던 순간들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민화에 담긴 의미를 들려준다. 그리고 천 가방에 원하는 그림을 스케치해드린 후 함께 채색해 본다. 80대 어르신의 “평생 이런 거 처음 해봐, 너무 재미있어서 나이 드는 게 아깝네.”라는 말씀은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시월의 마지막 날 진행되었다. 해질 무렵, 하나, 둘씩 설레임이 느껴지는 발걸음으로 대문을 들어선다.
“오늘은 그냥 여러분께 시월의 마지막 밤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편안하게 놀다 가세요.”
홍차와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며 일상의 수다가 시작된다.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오늘은 어른을 위한 물감놀이 입니다. 좋아하는 색 물감 쭉쭉 짜서 나이프로 팍팍 바르시면서 그 기분을 즐기세요. 그리려고 애쓰지 마시구요~.”
한 참가자는 물감을 바르며 “결혼하고 타지에 와서 아이 키우느라 10년 만에 첫 밤 외출을 했다.”며 자신의 일상을 털어 놓는다.
그렇다. 일상에서 잠시 탈출!
우리 노가리 예술단-예술수다 프로그램의 목표다. 예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일상에 예술을 더하면 함께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싶다. 예술은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매개가 된다. 예술가로, 예술교육자로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일깨워준 시간이었다.
우리 삶을 담고, 함께 이야기하는 순간 순간이 곧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