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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되기'를 위한 노년 예술수업

고영직 / 문학평론가, 서울시 50플러스 인생학교 교수, ’17.8月

2014년 어느 신문에 「꼰대 말고 꽃대」(<한겨레>, 2014-11-01)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노년 세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공선을 발현하는 선배시민(Senior Citizen)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멋진 노년의 양식’(late style)을 보여주는 노년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칼럼이었다. 멋진 노년의 양식이라는 말은 팔레스타인 출신 지식인인 에드워드 사이드가 주장한 ‘말년의 양식’(late style)을 의미한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최후의 순간까지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말년의 양식을 보여주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케이스들을 검토하며 이 개념을 제시한다.

인생2막을 위한 앙코르 커리어

노년문화 하면 ‘꼰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회는 행복한가. 그렇지 못하리라. 그러나 꼰대 문화는 나 같은 중년 세대는 물론이요, 우리나라 노년 세대의 견고한 문화적 문법을 형성했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생물학적으로 노년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대품연하며 우리 시대의 핵심적 모순은 외면한 채 조화사회 운운하는 말을 하는 노인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더 좋은 과업을 남기는 강한 열망이 있는 중년의 시기에, 의미 있는 인생 2막을 위한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앙코르 커리어라는 말은 미국에서 앙코르운동을 선도한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 설립자 겸 CEO인 마크프리드먼이 제안한 개념으로서 “목적, 열정, 보수가 한데 합쳐진 추구의 활동”을 의미한다. 노년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이 결합된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 식으로 말하자면 생성성(generativity)을 의미한다.

‘꼰대’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노년의 문화적 문법을 ‘꽃대’로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꽃대’ 문화를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노년예술수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청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올해 초 후배와 함께 출간한 『노년예술수업』(서해문집)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상투화된 기능교육 위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자기 주도성을 가진 주체로서 온전히 바라보려는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이 요청된다는 점이었다.

노년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의 경우 노인 ‘문제’로만 보려는 철학 부재에서 탈피해 노인 ‘존재’를 제대로 존중하려는 시선의 전환을 해야 한다. 강사 중심 기존의 강습형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활동을 통해 참여한 노인 개개인을 주체적인 활동가로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지금 당장 도입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노인끼리만’ 소통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더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젊게 늙어갈 수 있는 문화적 형식들에 대한 고민들 또한 더 심화되어야 한다. 『노년예술수업』에서 노년 당사자들 스스로 커뮤니티 활동 기반 캠프처럼 운영되는 수원시평생학습관 내 ‘뭐라도학교’를 소개한 것도 그런 이유다. 뭐라도학교에서 운영되는 여러 프로그램 중 ‘삼식이 브런치’, ‘어디라도 여행’ 같은 프로그램들이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년 참여자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며 서로-배움의 과정을 함께한다는 점에 있다. 이것이 바로 노년 문화예술교육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래압력(Peer Pressure)의 강한 힘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멋진 ‘꽃대’를 위한 노년예술수업

그러나 우리나라 노년예술수업의 경우 여전히 상투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29∼30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주관하는 <2017 복지기관(노인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실무자 워크숍>에 참여해 노인복지관에서 운영되는 노년 문화예술교육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2006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아르떼)에서 주관하는 복지기관(노인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사업 11년째를 맞아 참여시설, 참여인원, 개설반 수 모두 증가했으나,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숙의 측면에서는 고민할 지점들이 적지 않아 보였다.
현재 이 정책사업은 2011년부터 아르떼와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 《노인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발전적 지속가능 인프라 구축》(2016)에 따르면, ‘문화복지 실현,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 조성,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이라는 사업의 세 가지 목표달성 측면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며, 문화소외계층인 노인들에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제공, 즉 문화복지 실현 정도에 머무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왜 반복되는가. 문제의 핵심은 노인복지관에 파견하는 강사선발을 아르떼가 주관하고 프로그램 운영을 노인복지관이 담당하는데, 강사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프로세스가 없는 것과 관련 있다. 노인복지관에 파견되는 예술강사들의 경우 노인의 삶과 욕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능 위주의 프로그램 강습만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상투화된 마음의 습관을 형성해왔다. 이러한 문제점은 노년 문화예술교육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질은 강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인복지관에 파견되는 강사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노인복지관 또한 노인복지관이라는 공간을 ‘노인들끼리만’ 만나고 접촉하는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세대 간 대화와 통합을 위한 ‘연령통합적인’ 공간 운용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령폐쇄적인’ 시설과 프로그램으로는 노년예술수업의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노년학자 김동배가 “노인들만 모여 있는 그곳에서 바로 노인에 대한 편견이 시작된다”고 한 언급은 특히 노년예술수업이라는 정책사업 설계와 운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이 노인복지관에서 ‘그들끼리만’의 교류로 인해 정서적 안정감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사회적 통합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꼰대’ 문화란 ‘그들끼리만’의 만남과 교류 속에서 강화되는 확증편향(確證偏向) 현상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의 노인복지관이 지역과 마을 속으로 자신을 더 개방하고 확장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현상은 강원문화재단 정책사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법하다. 지난해와 올해 강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지역특성화 사업 가운데 노년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여러 군데 다닌 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참여하는 예술강사의 고민이 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주 학곡1리 마을회에서 주관하는 현장은 프로그램 공급 차원에서만 고민하는 기획자 마인드가 아쉬웠고, 다른 현장 또한 기능 위주 강습이라는 차원에서는 대동소이했다. 노년 당사자가 주관하는 평창미술인협회(회장 권용택)의 평창미술체험교실의 경우, 처음의 체험 위주 미술강습에서 벗어나 참여한 강사와 수강생 모두 일정한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은 작은 희망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참여하는 ‘사람’의 변화에 달려 있다. 자기 자신의 상투성에 저항하려는 마음의 문화가 필요하다. 이 점은 결국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고민과 통한다. 강사, 기획자, 지원기관 모두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고 변할 수 있는 한 줌의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정책사업의 철학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그 고민을 구체화하기 위한 섬세한 정책적 접근의 중요성 또한 두 말할 나위 없다. 나는 내 노년의 미래가 소위 ‘가스통 할배’이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멋진 ‘꽃대’로 사는 주인공이고 싶다. 당신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